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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내홍 심각 '두나라'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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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표가 당직자들의 보고를 받으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한나라당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일 오전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결된 행정도시특별법은 망국적 수도분할법이라고 주장하며 무효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행정도시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 '한지붕 두가족'을 연상케 하는 심각한 내분으로 번져가고 있다.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3일 내분사태의 조기수습과 당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사퇴 의사를 밝힌 당직자들에 대해 '제 갈 길을 가라'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였다.

반면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은 지도부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위헌소송 제기, 시민.사회단체와의 연계투쟁 방침을 밝히는 등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하며 맞섰다.

당 지도부와 행정도시 반대파 의원들이 맞대결 양상을 보이면서 '당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가운데 행정도시법 처리의 후폭풍이 향후 한나라당의 진로에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도부 정면돌파 =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야당의 힘은 다른게 아니라 내부의 단결과 국민의 지지"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단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당무는 흔들림없이 운영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처럼 당의 결속과 단합을 강조하는 동시에 4.30 재보궐선거에 대비한 당 공천심사위의 경산, 청도 등 현지 실태조사 활동과 당 혁신위원회의 본격 활동 개시 등 예정된 당무를 진행할 것임을 밝히는 등 안정된 당운영에 역점을 뒀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 주변에선 행정도시법 통과시 의원직 사퇴를 공언한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에 대해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는 행정도시특별법 처리에 따른 후유증을 조속히 치유하고 당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되, 반대파 의원들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표의 측근중 한 명인 전여옥 대변인은 "현재까지 박세일 정책위의장, 김애실 의원, 박찬숙 제6정조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면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대표비서실장도 "박 정책위의장은 의사를 표시한대로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당론에 사실상 찬성해 놓고 당론결정 이후에 당과 대표를 흔드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사퇴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면서 상임운영위에 불참했다.

◇반대파 전면전 선언 =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배일도 등 반대파 의원들은 비상대책위 형태의 '수도권지키기투쟁위원회'를 구성, 정면대응에 나섰다. 반대파 의원 31명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성명을 발표, "수도이전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도지키기투쟁위를 중심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 지도부에 대해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하는 등 압박공세를 강화했다.

또 박세일 정책위의장의 당직사퇴를 시작으로 박재완 제3정조위원장, 박찬숙 제6정조위원장이 사퇴선언을 한데 이어 유정복(제1정조), 이혜훈(제4정조), 이주호(제5정조) 위원장도 금명간 사퇴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져 제1야당의 정책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이와 함께 박 진 (朴 振) 국제위원장도 당직사퇴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나서 당직공백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재오 의원 등 일부 반대파 의원들은 이번 표결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인책론을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지도부에 대해 "양식있는 정치인이라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파 의원들은 이번 내분사태가 당권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거명해 사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자제했고, 공세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와 관련, 보수파 의원모임인 자유포럼 대표인 이방호 의원은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것은 동의하지만, 대표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화살을 김 원내대표 쪽으로 돌렸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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