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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주요 법안 Q&A] 민법 개정안 통과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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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일 오후 5시50분. 김덕규 국회의장 직무대리가 민법 개정안이 찬성 161, 반대 58, 기권 16명으로 가결됐음을 선포하자 의석 일부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대행이 황급히 손을 저으며 박수를 제지했다. 국가원수의 연설 때만 박수를 치는 국회 관행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민법 개정안은 당초 오후 4시20분 본회의 개회 직후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한 차례 뒤로 미뤄졌다가 5시 넘어 상정됐다. 법안 설명에 이어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던, 다른 법안들과 달리 여야 의원 4명이 나서 열띤 찬반 토론을 벌였다.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이 번갈아 등단했다.

첫 반대 토론에 나선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속으로는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면서 표만을 의식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못난 남성 의원들은 부끄럽지 않으냐"며 "차라리 불편한 것은 떼버려라"고 말했다. 순간 의석이 술렁거렸다. 김 의원은 "호주제는 수천 년을 이어온 국민 생활의 기본질서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전통적 가족 개념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일부 여성운동가의 선동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등단한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김 의원 말대로라면 내가 지금 선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친 뒤 "호주제는 우리 전통이 아니라 근대에 들어 강압적으로 일제시대에 도입된 제도"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호주제 폐지와 가족 해체를 연결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호주제가 없다고 가족을 책임지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김학원 의원은 "삼국시대부터 유래한 호주제는 하버드대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고유 제도"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호주제는 여성뿐 아니라 이혼과 재혼 가족 등에 고통을 준다"고 주장했다. 4명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의석에선 "잘했어"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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