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시·식약청, ‘낙지 머리’ 합동조사반 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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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서울에선 낙지를 놓고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쪽에선 머리를 빼고 먹고, 또 다른 쪽에선 머리까지 통째로 먹는 두 종류의 낙지 시식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시는 전남 무안에서 낙지 2700마리를 가져와 머리에 든 먹물과 내장을 제거한 뒤 구내식당에서 시청 직원 1700여 명에게 ‘낙지 생야채 비빔밥’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서울시는 “낙지는 먹물과 내장만 빼면 문제 없이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 성동구청은 무안에서 공수해온 세발낙지 400마리를 직원들이 통째로 먹는 행사를 했다. 먹물과 내장도 인체에 무해(無害)하다는 점을 홍보하려는 행사였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정부와 서울시에 묻고 있다. 낙지를 먹으란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낙지 머리는 유해한지 아닌지, 안전하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지 말이다. 낙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낙지 음식점들의 매출은 급감하고, 낙지잡이 어민들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과 서울시는 낙지 머리를 놓고 ‘괜찮다’ ‘괜찮지 않다’로 갈려 한 달 넘게 핑퐁 게임만 하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없다.

 낙지 머리 논란은 지난달 13일 낙지·문어 머리의 내장과 먹물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의 최고 15배까지 검출됐다는 서울시의 발표로 촉발됐다. 이에 식약청은 “내장·먹물 등 낙지의 특정 부위만 조사한 결과가 과장됐다”며 “내장까지 다 먹어도 1주일에 낙지 2마리까지는 괜찮다”고 반박했다. 그제는 검찰까지 나서 서울시가 표본(標本)조사한 국내산 낙지 중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중국산 낙지가 포함된 사실을 발견하고 업자를 처벌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검찰에 적발된 것은 표본으로 삼은 국내산 낙지 3건 중 1건이며 “낙지 내장은 유해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먹을거리에 대해 2, 3중으로 조사하는 건 당연하다. 이타이이타이병·골연화증·전립선암을 유발하는 카드뮴 같은 중금속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된 이런 중요한 문제가 서울시와 식약청의 영역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서울시는 식품안전추진단을 설치하고 원산지 표시 관리, 길거리 음식 검사 등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해오고 있다. 낙지 머리 문제도 식약청에 별도 식품안전 기준이 없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먹을거리라는 민감한 사안이라면 식품안전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인 식약청과 사전에 협의를 거치는 게 바람직했다. 식약청도 “낙지 머리만 매일 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낙지 머리 공방을 더 이상 방치할 순 없다. 식도락가들은 불안하고, 식당 주인은 울상이고, 어민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장 서울시와 식약청은 합동진상조사반을 꾸려라. 낙지 머리에 든 카드뮴을 분석하고, 인체에 유해한지 공동으로 규명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다고 벌인 ‘낙지 논란’이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만 줘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