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 퍼포먼스 ‘펀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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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모래· 그림자…. 넌버벌 퍼포먼스 펀타지(임혁필 연출) 무대에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오브제들이 등장한다. 꿈을 잃고 일상에 지쳐가는 관객들을 어릴 적 꿈꿨던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엔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 관객도 꽤 많다.

공연은 6가지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첫 무대는 마술쇼다. 보자기에서 새가 나오고 막대기가 순식간에 장미로 변한다. 미녀도 등장한다. 상자 안에 갇혔던 마술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미녀로 바뀐다. 물이 동전으로 변했다가 다시 물고기가 되는 마술도 펼쳐진다. 사실 내용만 보면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어디선가 한번쯤 봤음직한 마술이다. 그런데도 객석의 반응은 뜨겁다. 무대가 객석에서 채 1m도 떨어지지 않은 소극장 덕을 톡톡히 보는 듯하다. 마술사가 등장하는 벨벳 느낌의 붉은 천은 무대의 신비감을 한층 더한다.

이어지는 버블쇼는 소박하고 단출하다. 다양한 장비를 내세운 대형 버블쇼에 비하면 시시할 정도다. 그러나 장비를 최소화하고 손가락과 손깍지로 만들어내는 비눗방울이 오히려 ‘어린 시절로의 환상여행’이라는 이번 공연 컨셉트에 잘 어울린다.

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에서 개미핥기로 이름을 알린 개그맨 이광채는 마임과 원맨쇼를 보여준다. 무표정한 얼굴로 바지의 앞 지퍼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꺼내는 마임에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미술을 전공한 개그맨 임혁필은 샌드(모래) 애니메이션으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손가락을 다친 딸아이를 바라보면서 문득 떠오른 부모님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간다. 시종 진지한 임혁필의 표정이 낯설어 처음엔 피식 웃던 관객들도 그의 감성적인 모래 그림에 금세 빠져든다. 그 외손가락 그림자놀이, 미녀 댄서가 순간적으로 옷을 갈아입는 댄스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연출을 맡은 임혁필은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자리서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라며 “대학로에 난무하는 천편일률적인 개그쇼와 차별화한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1월 30일까지. 대학로 아티스탄홀. 전석 2만5000원. ▶문의=02-548-1141

[사진설명]임혁필의 '샌드 애니메이션' 장면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제공=쇼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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