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태광그룹 수사,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철저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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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검찰의 태광그룹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당초 불법 상속·증여 여부에서 수천억원대 비자금, 정·관계 로비, 기업 특혜 인수로 번지고 있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52개를 거느린 재계 40위의 중견 기업집단이다. 탁부(濁富)와 탈법(脫法)이 드러나면 우리 기업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국제적 망신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요청된다.

 제기된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하나는 탈세와 배임 여부다. 이호진 회장이 16세 아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불법과 편법으로 증여·상속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시세의 10분의 1에 몰아줘 주주와 기업에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차명주식과 거액 비자금 여부다. 이 회장이 선친 차명주식으로 4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천억원대의 계열사 주식을 차명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 자금이 기업의 편법적 우회 인수와 로비에 활용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관계 로비와 특혜 여부다. 태광이 군인공제회가 갖고 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큐릭스의 지분을 넘겨 받는 과정과 태광산업이 쌍용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시점과 금융당국의 승인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과장이 태광그룹 계열사 팀장에게 향응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청와대 행정관만 성접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태광이 큐릭스의 지분 70%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앞둔 시점이었다. 더욱이 그동안 태광에 대한 당국의 수사나 조사가 일곱 차례나 있었지만, 대부분 약식기소를 통한 벌금이나 추징금으로 끝났다. 그동안 태광은 금융·방송 종합그룹으로 사세(社勢)를 키워온 것이다. 세간(世間)에서 로비와 특혜를 의심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사 배경을 놓고도 유력 정치인이 표적이라는 등 루머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쓸데없는 루머는 경계할 대목이지만 그럴수록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