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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북핵주제 강연 앞두고 바빠진 고건 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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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건 전 국무총리가 미국 하버드대 강연 준비에 한창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과 아시아센터의 초청을 받은 고 전 총리는 다음 달 14~16일 '한.미관계의 미래와 북한 현황'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요즘 그는 연설문 초안을 고치고 다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CNN.뉴스위크.타임 등 외신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북한이 핵 보유와 6자회담 중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북핵 문제는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표현 하나, 단어 하나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강연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란 게 주변의 얘기다.

한 측근은 "강연엔 학생.교수뿐 아니라 정.관계 인사 등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다수 참석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 전 총리는 '한.미 양국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대 속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평소 생각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지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조연설 후 즉석에서 나오는 질의에 대비해서도 꼼꼼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스터디 그룹을 꾸리고 자문 그룹들과도 수시로 만나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외무부 장관을 지낸 유종하 사이버MBA 회장이 가까이에서 그를 돕고 있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정부 말기 총리와 외무장관으로 만나 인연을 맺었다. 고 전 총리는 "유 회장은 94년 북핵 위기를 직접 겪었던 분이고 한.미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라며 "여러 경험담 등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길 전 유엔대사도 적극 돕는다고 한다. 고 전 총리와는 고시 동기(고등고시 13회)다. 유 전 장관과 박 전 대사는 고 전 총리의 미국 방문 때 동행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 현직 정치학.외교학 교수와 북한 문제 전문가 5~6명과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강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만 했다.

한 측근은 "(고 전 총리는)국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미관계나 북한관 등에 대한 철학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게 어떻겠느냐"는 참모진의 건의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고 전 총리는 26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주는 '암참 어워드(賞)'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진짜 상을 받아야 할 곳은 암참이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간에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문제됐을 때 암참이 많은 역할을 해줬다"면서 "한.미 동맹은 흔들리지 않고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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