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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B와 u-러닝의 꿈 같은 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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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이버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폭제는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와 u-러닝(유비쿼터스 러닝), 언제 어디서든 교육환경에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교육환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u-러닝이 성춘향이라면 DMB는 이몽룡이다.

춘향의 사랑과 한이 몽룡을 만나 맺어지고, 풀렸듯이 u-러닝은 DMB와 접속하는 순간 꽃을 피우게 된다. DMB의 상용화는 컴퓨팅 환경에 매어 있는 e-러닝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u-러닝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유.무선을 불문하고 컴퓨터 연결선이 필요 없는, 꿈의 교육이 실현되는 혁명적인 변화를 맞게 된 것이다.

DMB가 상용화되면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공원 벤치에서, 휴가지에서, 또 밤이든, 새벽이든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가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유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처럼 사이버 교육현장이 눈앞으로 오고 있다. 우리가 이제 e-러닝에서 u-러닝으로 교육의 눈높이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u-러닝의 전 단계인 e-러닝 산업은 연평균 37~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도입기와 성장기를 동시에 맞이하는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e-러닝 시장규모를 보면 2002년 1조7000억원, 2003년 2조5000억원, 2004년 3조4000억원에서 2005년에는 5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4년 세계시장 규모는 230억달러에 이른다.

e-러닝의 시장성은 엄청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u-러닝으로의 발 빠른 도약을 절대로 머뭇거려서는 안 될 일이다. 위성 DMB의 시험방송은 일본에 비해 늦었지만 위성 DMB의 상용화, 지상파 DMB의 시험방송 및 상용화 시기가 앞선 만큼 종합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세계 DMB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고 있다.

먼저 정부가 u-러닝을 국가적인 의제로 삼아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각종 e-러닝 정책을 u-러닝 정책으로 전환하고 e-러닝 관련법을 u-러닝법으로 정비해 u-러닝이 DMB의 날개를 타고 날도록 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6개 고교를 u-러닝 연구학교로 선정해 3월부터 2년간 시범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너무 느긋한 접근이다. 개인휴대단말기(PDA)는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범용성이 낮아졌고,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간다면 DMB가 u-러닝의 불을 댕길 것이 분명하다.

이미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기술, 보급률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손으로 구현할 수 있는 첨단 u-러닝 도구를 확보했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 기술은 디지털.나노 시대로 이미 진화했다. 교육 역시 콘텐트.서비스.솔루션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나노 시대에 어울리게 혁신해야 한다.

볼펜보다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자판이,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매체가 익숙한 세상이다. 이제는 학생들을 계속 학교에 오도록 하는 교육의 아날로그 시대는 끝났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학습할 수 있는 u-러닝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우리에게는 기가 막힌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u-러닝으로 조속히 전환되지 않는다면 DMB가 영화.오락.게임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도쿄(東京)에서 지하철을 타면 많은 승객이 책을 보고 있는 반면 서울 지하철 승객들은 대부분 눈을 감은 채 졸고 있다. 졸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승객들이다. 지하철.버스에서 출퇴근시 또는 등하교시 조는 대신 u-러닝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경쟁력은 강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u-러닝이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휴대전화처럼 이미 우리 손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03년을 기준으로 e-러닝 준비도 세계 5위인 우리나라는 u-러닝 준비도 1위가 될 자격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김성진 전 여성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