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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노 대통령의 남은 3년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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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어제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은 비교적 솔직한 자기 고백에 이은 겸허한 다짐이었다고 평가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2년간의 경제 실책을 사실상 인정하며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었던 2년의 경험이 남은 3년의 국정을 보다 성숙하게 꾸려갈 수 있는 역량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과'에 대한 반성의 측면이 강했을 뿐 '원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참여정부가 가계 신용 위기와 함께 출발했고 그것이 소비 위축을 불러왔으며 실업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서민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했다. 결국 경제의 어려움은 전임 정권의 실책으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는 얘기였다. 물론 맞는 얘기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어려움은 경제 내적 요인도 있었지만 경제 외적 요인의 작용도 컸던 게 사실이다. 경제 현실을 경시한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정책이 기업의 투자의욕을 상실케 했고 방향성의 혼돈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놓았다. 가진 자에 대한 집권세력의 지나친 견제의식이 그들의 주머니를 닫게 만들었고 앞서의 요인들과 겹치며 경제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특히 소모적인 정쟁적 국정운영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경제 살리기에 모두가 나서야 할 시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은 국민을 완전히 양 갈래로 갈라놓았다. 수도 이전 문제 또한 계층 및 이념적 분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역적 분열까지 촉발케 했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수요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지출이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다행스러운 것은 노 대통령이 통합과 상생의 선진 정치를 통한 선진 한국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그러자면 지난 2년에 대한 송구스러움의 표시에 앞서 원인을 좀 더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향후 3년에 대한 약속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