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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배 “태광 금품로비 안다” … 검찰 “아직 확인된 것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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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장충동 태광산업 본사. 검찰은 13일 비자금 조성, 금품 로비 및 불법 증여 의혹과 관련, 이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김경빈 기자]


태광그룹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15일 관련 내용을 폭로한 투자회사 서울인베스트 박윤배(53)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박 대표는 “태광그룹이 케이블 방송 권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의 압수 수색에 앞서 지난 11일 해외로 나갔던 이호진 회장은 이날 밤 귀국했다. 검찰 수사는 ▶비자금 조성 ▶금품 로비 ▶불법 증여 혐의 등 세 갈래로 진행될 전망이다.

 ◆400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검찰은 회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의 계좌에서 모두 4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관리됐다”는 박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의 돈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 때부터 차명 관리해온 태광산업 지분 32%, 대한화섬 지분 10%의 일부를 매각해 만든 자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이호진 대표 측이 나머지 태광산업 주식 14만8000주(시가 1600억원)는 20년 넘게 지금까지 차명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태광그룹이 계열사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의 방송 권역을 확장하던 과정에서 불거졌다. 2006년 14개였던 티브로드 방송 권역을 늘리기 위해 당시 6개 방송 권역을 확보한 큐릭스 인수에 나섰다. 그해 12월 큐릭스의 대주주는 군인공제회 등에 지분 30%를 팔았다. 이어 군인공제회는 이 지분을 다시 태광 측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큐릭스 지분을 태광 측에 넘길 경우 보유기간 동안 연 10%의 복리 이자를 보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거래는 당시 방송법 시행령이 1개 유선방송사업자의 권역을 최대 15개(전체 구역 수의 5분의 1 이내)로 제한한 상황에서 편법적으로 권역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년 뒤인 2008년 말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 권역 소유 제한을 25개(전체 구역 수의 3분의 1 이내)로 늘리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태광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태광 직원이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을 성접대한 사건도 로비 의혹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이나 진술은 전혀 확보한 게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호진 대표이사의 아들(16)에 대한 불법 증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3대 수사 포인트

1 비자금 조성 의혹
- 고(故) 이임용 회장의 태광산업 차명 주식 18%를 매각해 비자금 2000억원(현재 4000억원 이상) 조성 의혹
- 태광산업 주식 14만8000여 주(시가 1600억원)를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 관리했다는 의혹

2 방송 사업 관련 로비 의혹
- 방송법 규제로 인해 인수가 불가능한 큐릭스를 군인공제회 등과 이면계약을 통해 인수했다는 의혹
- 방송법 규제 완화 위해 정관계 로비 시도했다는 의혹

3 배임 및 편법 증여 의혹
- 태광산업이 보유한 흥국화재 주식 1930만여 주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흥국생명에 매각해 태광산업에 360억원가량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
- 이호준 회장의 아들 현준(16)군이 지분을 가진 비상장업체에 주력 계열사 주식을 싼값에 몰아줬다는 의혹

글=최선욱·정선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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