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세계 금융시장 중재자 역할 해낼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완전자유금융시장과 관료주의, 그리고 시장에 대한 규제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중도적 해법을 찾는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독일 보수 싱크탱크인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한스-게르트 푀터링(65·사진) 총재가 한국을 방문했다. ‘제12회 동아시아-유럽 싱크탱크 대화’ 참석차 방한한 푀터링 총재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뒤 빈국에서 개도국으로, 오늘날엔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성장으로 얻은 힘을 전 세계를 위해 책임감 있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푀터링 총재는 유럽의회 의장(2007~2009년)을 지내면서 유럽통합에 앞장서왔다. 유럽의회가 창설된 1979년부터 지금까지 현역으로 계속 활동 중인 최장수 의원이기도 하다.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은 독일 집권당인 기민당과 연계된 정당 재단으로 55년의 역사를 가진 권위 있는 싱크탱크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금융시장에 대한 도전에 맞춰 전 세계적인 공동의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EU가 추구하고 있는 ‘사회적 시장 경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자유시장을 옹호하지만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는 가능해져야 한다. 자유와 규제 사이에서 중도적인 해법이 나와야 할 것이다.”

 -통일을 이룬 독일의 정치인으로서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독일 통일 경험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체제인 공산주의 국가는 결코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확신컨대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을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물론 통일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다. 북한 지역에 대한 투자는 동포의 자유와 단결을 얻기 위한 도구로 여기면 좋겠다. 결국, 이로 인해 남한 지역 주민도 혜택을 얻게 될 것이다. 북한 지역 주민들은 남한 지역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북한 지역에 구축된 인프라는 남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최근 3대 세습 과정을 밟고 있다.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나.

 “3대째 권력을 세습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북한이 민주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전체주의 공산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해주는 것이다. 3대 세습은 주민의 정치 참여를 막고 그들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더 빨리 불러오는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과 EU가 최근 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상호 간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나.

 “FTA는 체결 당사자들에게 혜택을 증진시켜 주는 정치적·경제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한-EU FTA는 한 국가와 유럽이라는 지역공동체 간의 좋은 협력 사례로 남을 것이다. 유럽의회가 이를 조속한 시일 안에 비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뒤 EU와 유로화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의 유럽통합은 성공의 스토리다. EU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민주주의·인권·자유·평화, 그리고 연대정신이란 본연의 가치를 잘 지켜왔다. 회원국 수도 27개로 늘었다. 지난해 EU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서 EU 내엔 완전한 민주주의가 수립됐다고 말할 수 있다. 유로화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달러 대 유로 환율은 1.40 대 1로 여전히 유로화가 강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로화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할 수 있다.”

글=한경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