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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콘서트’로 음악 자선활동 펼치는 강동석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2면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56) 연세대 교수는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생활한다. 부인과 함께 파리 집에 주로 머물면서 학교 수업이나 연주회 일정에 맞춰 방한한다. 1년 중 그가 반드시 한국에 머무르는 때는 이맘때다. 11년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희망콘서트’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강동석의 희망콘서트’는 지난 10년간 간염퇴치를 주제로 열렸고, 올해부터는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돕기로 했다. 7일 서울 연세대에서 그를 만났다.

● 바이올리니스트, 음대 교수, 음악 감독, 셋 중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일은 뭔가요.

 “글쎄요.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는 건 음악 감독 일이에요. 바이올린 연습은 습관이 됐는데, 음악 프로그램 짜는 건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고 되지 않더라고요. 벌써 내년 콘서트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간염퇴치 콘서트를 10년이나 한 이유는.

 “제가 간염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고, 하하.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제약회사에서 제안했을 때 응했어요.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처음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하다 보니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게 됐어요.”

● 실내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봄에 ‘서울 스프링 실내악 페스티벌’을 열고 있어요.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하는 게 재미있고, 청중도 그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로는 혼자라서 외로운데 실내악은 개인이 빛을 내기보다는 팀워크예요. 테니스와 축구의 차이라고 할까.”

 그는 요즘 음악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옛날엔 유명 연주자들이 커리어를 늦게 시작하고 나이 들어서까지 했는데, 요즘은 일찍 시작하고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1년에 100번, 200번도 연주하니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프레시한 태도를 갖기 힘들죠. 연주자들이 마흔 살만 돼도 너무 지치는 것 같아요. 연주자는 열정이 식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말이에요.”

● 세상이 급하게 돌아가는 탓이지 않을까요.

 “클라라 하스킬이라는 피아니스트는 50대에 재능이 발견됐어요. 깊이가 있고, 연주자로서 테스트를 거쳐 확실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경우지요. 지금은 스무 살만 넘어도 늦었다고 하고, 콩쿠르는 10대들이 독차지하잖아요. 열 몇 살에 정상에 오르면 30대, 40대엔, 내려갈 길밖에 없지 않을까요? 전 제 세대에 태어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스포츠에 빗대어 설명했다.

 “옛날 챔피언과 요즘 선수를 붙여 놓으면 기술적으론 요새 선수가 이길 수 있겠지만 예술적인 면은 떨어지지 않을까요. 테니스를 보면 로저 페더러가 너무나 잘하지만 제 눈엔 매력은 없어요. 체력적으로 강하고 훈련은 잘 받았는데, 뒤에서만 치고…. 옛날 피트 샘프라스는 네트에 와서 발리도 하고, 재미있고 예술적인 면을 보여 줬잖아요.”

● 요즘엔 이기는 방법만 배워서 그런가요.

 “그렇죠. 가장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주입되잖아요. 음악도 비슷해요. 요즘 연주자들, 나무랄 데 없는데, 음악은 결국 뭐예요? 감동을 주기 위한 것 아닌가요.”

● 어떤 사람이 좋은 연주자인가요.

 “자기 주장과 개성이 있어야 하고, 듣는 사람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해요. 요즘은 깊이 있는 예술 세계를 찾아가기보다 어떻게 하면 반짝 빛날까, 빨리 상업적으로 성공할까에 신경 쓰는 경우를 많이 봐요.”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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