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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도서관 판타지 … 봉인된 부엉이를 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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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하타리의 눈
송경진 지음, 박지혜 그림
나무늘보, 160쪽, 8900원

소설의 부제는 ‘도서관 판타지’다. 주인공 사랑이의 엄마는 도서관 사서다. 얼마 전부터 책의 고유 분류표인 청구기호가 뒤죽박죽으로 바뀌기 시작해 매일 퇴근이 늦다. 사랑이는 친구 우정이를 따라 ‘부엉이 박물관’에 가서 ‘부엉이 등’이라는 유물을 구경하다가 흥미로운 아프리카 전설을 전해 듣는다. ‘하타리’라는 아프리카 여자 주술사는 마을을 지배하기 위해 불을 독점하고 추장의 권력을 빼앗았다. 그런데 부엉이 라피카가 몰래 병든 추장에게 불씨를 물어다 주자, 하타리는 아기 부엉이를 빼앗아 구슬 안에 불씨와 함께 봉인해버렸다는 것이다.

 무심코 잊어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전설 속 엄마 부엉이처럼 오른쪽 두 번째 발톱만 닳아있는 아프리카산 수리부엉이 박제를 발견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엄마 부엉이가 아기 부엉이를 찾아 여기까지 온 게 아닐까. 둘은 마법을 풀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도서관의 책을 뒤지다 도서관을 헤집고 다니는 수상한 ‘푸른 모자 쓴 여자’를 목격한다. 아이들은 그녀의 뒤를 쫓다 여백에 질문을 적으면 답을 보여주는 신비한 마법책도 발견한다. 둘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청구기호가 바뀐 ‘뒤죽박죽 책’의 비밀도 알게 되고, ‘푸른 모자 쓴 여자’의 정체도 밝힌다.

 ‘도서관 판타지’라는 부제에 걸맞게 환상과 추리의 요소가 고루 버무려져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도서 검색법, 청구 기호, 십진 분류법, 서가 찾기, 도서 반납 등의 도서관 활용법을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부엉이 박물관(www.owlmuseum.co.kr)’은 서울 삼청동에 진짜로 있다. 소설을 읽고 나면 부엉이 박물관에 가서 부엉이 등을 찾게 되지 않을까. 도서관 사서 출신인 지은이는 ‘어떻게 하면 도서관이 좀 더 재미있고 궁금한 곳으로 보일 수 있을까’하는 욕심에 소설을 쓰게 됐단다. 해리포터 같은 대작은 아니다. 그러나 책 먼지 폴폴 날리는 도서관이 아이들에겐 최고의 놀이터일 수 있음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작품임엔 틀림없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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