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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의 중국 '좌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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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2일 오후 7시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은 뉴스 시작과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취임 이래 행적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특히 그가 최근 내세운 '사회주의적 조화사회(社會主義和諧社會)'의 의미를 거듭 소개했다. 후진타오의 국정이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자리였다. 그 이념의 핵심은 사회안정과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보수'로 나타나고 있다.

◆ 보수와 안정의 국정이념=후가 내세운 새 이념 '사회주의적 조화사회론'의 골자는 중국 사회의 안정적 발전이다. 부(富)의 분배 등 균형 성장을 강조한다.

이는 지난해 9월 '홀로서기'를 끝낸 후진타오 주석의 첫 작품이다. 공산당 총서기 취임 직후부터 그의 행보는 정치적 발전보다는 보수에 무게를 둬왔다. 총서기에 오른 뒤 첫 시찰 지역은 1949년 베이징(北京) 입성을 앞뒀던 공산당의 혁명 성지(聖地) 시바이포(西柏坡)였다. 이곳에서 "인민을 위해 모든 힘을 다 바칠 것"을 다짐했다. 200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는 '3농(農) 정책'을 선보였다. 개혁개방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농민.농업.농촌'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이다.

2004년 5월엔 과열.중복 투자를 제한하는 '거시 통제'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계속적인 '고속 및 불균형 성장'을 주장하는 '상하이방(上海幇)과 마찰을 빚었다. 장쩌민(江澤民) 사임으로 당.정.군을 모두 장악한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이른바 '공공(公共) 지식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사회 비리를 적극 고발하고 자유주의 성향을 부분적으로 고취하는 지식인을 억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 중국의 국정 방향 전망=올해 선보인 '사회주의 조화사회론'은 정치적 발전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수와 안정을 추구하는 후 주석의 정치철학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전체적인 기조는 분배와 균형의 중시다. 20여년의 개혁개방에서 소외된 농촌 및 내륙 지역의 주민들에 대한 배려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직접선거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한 정치적 발전은 후의 집권기간엔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분배와 형평을 강조하고 정치 발전을 보류한 점에서 후 주석의 성향은 완연한 보수 지향"이라고 말했다. 2002년 취임한 후 주석은 연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향후 8년의 중국은 사회주의적 편향을 띤 '후진타오 레드(Red)'가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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