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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품질 일본차에 안 뒤져 브랜드 이미지 개선은 더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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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쏘나타를 리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되레 점수를 땄다. 빠른 대응 덕분이었다. 시간을 질질 끌었던 일본 도요타와는 확실히 달랐다.”

미국 플로리다주 뉴포트리치에서 현대차 딜러점을 운영하는 스콧 핑크(49)의 말이다. 14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본지 기자를 만나 한 얘기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신형 쏘나타를 두 차례 리콜했다. 2월에 차 문의 잠금장치 결함으로 1300여 대를, 지난달엔 조향(방향조정)장치의 결함 가능성 때문에 13만9500여 대를 리콜했다. 품질 관리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차를 팔고 있는 핑크의 생각은 달랐다. “차는 기계인 만큼 때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무 늦게 대응해 미국 정부와 소비자를 화나게 한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는 딜러·소비자와 즉각 소통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현대차의 미국 딜러 17명은 회사 초청으로 12일부터 3박4일간 한국을 방문 중이다. 13일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간담회도 했다. 핑크는 “정 회장의 발언 내용이 대부분 품질에 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간담회에 동석했던 존 크라프칙(49)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HMA) 사장은 “현대차가 과거에 생산 확대와 경쟁자의 동향에 주로 신경 썼다면 이젠 소비자가 회사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품질을 판단한다는 쪽으로 철학이 바뀌었다”며 “정 회장도 이런 ‘철학의 변화’를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현대차는 올해 1~9월 미국 시장에서 4.8%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합치면 7.9%로 GM·포드·도요타·혼다·크라이슬러에 이어 6위다. 쏘나타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 등급(별 다섯 개)을 받았다. 33종의 신차 중 쏘나타와 BMW 5시리즈만 이 등급을 받았다. 데이비드 주코브스키(52) HMA 판매담당 부사장은 “BMW의 절반 가격으로 같은 안전도의 쏘나타를 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현대차 미국 딜러들은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미 뉴욕주 퀸스버리에서 현대차 딜러점을 운영하는 마크 가비(53)는 “품질이 일본 차에 결코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의 핑크는 “우리 딜러점은 최근 월 판매량이 인근 도요타 딜러점의 두 배가 넘는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브랜드 이미지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핑크는 “잠재 고객을 만나 보면 현대차 제품을 살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며 “소비자의 인식도 일본·유럽차에 못 미쳤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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