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자전거 탄 채 횡단보도 교통사고 … 탑승자도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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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13조에 따르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반드시 자전거에서 내린 다음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건너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긴 채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법원은 이 경우 자전거 운전자에게도 사고의 책임을 묻고 있다.

 송모(58)씨는 2006년 10월 경기도 부천시의 한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25인승 버스에 치였다. 송씨는 두개골 골절과 뇌진탕 등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재 식사 등 일상생활을 혼자서 하기 어려울 정도다.

 버스 운전사와 송씨는 서로 상대방이 신호를 위반해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진술 내용과 송씨의 부상 정도 등으로 볼 때 버스 운전사가 신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원은 송씨에게도 20%의 책임을 물었다. 그가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넜고 안전모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부(부장 원유석)는 송씨가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송씨에게도 20%의 책임이 있으니 연합회는 송씨에게 2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송씨가 사고 당시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넜고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며 “이런 잘못으로 인한 사고로 손해가 발생하고 확대됐기 때문에 버스 운전사의 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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