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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서 여독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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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다. 전자상가도 가보고 패션거리도 구경하고 온천도 들러보고…. 짧은 여행 기간 중 가볼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하루 종일 이리 저리 다니며 구경하다 저녁이 되면 여행객은 왠지 느긋하고 여유로워진다.

저녁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까. 저녁 식사만 간단하게 하고 싶다면야 패스트푸드점이나 우동집이면 된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해외에 나가면 그 지방의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고 싶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럴 때 이자카야에 들러보라고 권한다. 여성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도시에는 어디든 있고 전국적인 프랜차이즈가 많아 쉽게 찾아가 즐길 수 있다. 한국처럼 시끌벅적한 술집이 아니다. 퓨전 스타일에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스타일의 술집이다.

▶ 이자카야에서 술과 식사를 즐기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일본의 도시인들이 많다. 퓨전 패밀리 레스토랑 스타일로 메뉴가 많고 값도 싸 관광가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브랜드로 따지면 '시로키야(白木屋)'가 제일 유명하다. 값싸고 메뉴도 다양하고 여성들의 취향에 맞는 약한 술도 있다. 메뉴는 술안주 중심으로 개발되어 있으나 간단한 식사 메뉴도 가지가지다.

생선구이로는 '시샤모(알 밴 작은 생선)', '이면수', '아지'등이 마련돼 있다. 무즙이 함께 나오는데 간장을 부어 생선과 같이 먹는다. 마요네즈에 찍어 먹으면 맛이 그만인 생 오징어구이도 있다. 세 가지나 다섯 가지 생선회도 있다. 이밖에 계란말이.어묵.두부.샐러드 등 안주만도 수십 가지다. 요즘은 한국 음식 붐이 일어 해물파전에 오징어 볶음까지 갖춰져 있다.

식사 메뉴로는 비빔밥.김치볶음밥에, 주먹밥.야끼소바.만두 등이 있어 안주만으로 부실하다 싶으면 시켜 먹으면 된다.

시로키야가 인기를 끌면서 이자카야 체인점이 앞다퉈 생겨났다. 퓨전 이자카야는 아무래도 술집이란 인식이 강해 가족이 같이 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생긴 게 '와다미(和民)'다. 와다미에는 가족을 위한 메뉴가 많다. 자녀와 함께 나왔다가 들러 아버지는 술 한 잔 하고 자녀들은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해 성공한 이자카야다.

'우어다미(魚民)', '와라와라(笑笑)', '텐구니(天狗)'도 퓨전 이자카야다. 좀 더 고급스런 퓨전 이자카야로는 '홋카이도(北海道)'와 '기타노 가족구(北の家族)'가 있다.

이런 집은 우선 가격이 싸서 좋다. 또 차림판에 안주.식사가 사진과 함께 가격까지 표시돼 있어 일어를 몰라도 쉽게 주문 할 수 있다. 또 밝은 실내 분위기에 4명씩 칸막이가 되어 있어 자기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먹고 마실 수 있다.

일본의 정통 이자카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전국 체인점과 그 지역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체로 로바다야키와 구시야키, 생선구이 등 안주가 많다. 이곳 메뉴는 읽기가 어려워 애를 먹는다. 일어를 세로로 써 놓았는데 초서로 쓴 것은 더욱 읽기가 어렵고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를 알 수 없어 곤란하다.

이자카야에 가보려면 이런 브랜드 간판만 찾으면 된다. 1층뿐만 아니라 지하나 2층, 또는 좀 높은 층에도 있다.

들어서면 몇 명이냐고 묻고 자리를 안내한다. 종업원이 나와 안내할 때 까지 입구에 기다렸다가 들어가면 된다.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집도 있고 입구에서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번호표를 가지고 들어가는 집도 있다.

자리에 앉아도 금방 주문을 받지는 않는다. 차림표와 함께 우선 기본 안주를 1인당 하나씩 준다. 기본 안주 값을 받는 집도 있고 안 받는 집도 있다. 먼저 마실 것을 주문하라고 한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은 우선 맥주로 목을 축인다. 맥주와 기본안주를 즐기며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

주문이 끝나면 술은 무엇으로 할 거냐고 묻는다. 계속해서 맥주를 마신다고 하거나 일본 술이나 약한 도수의 술 등을 시키면 된다.

술도 종류가 많아 별도의 차림표가 있다. 일본술.소주.맥주.우롱하이.와인 등 여러 가지다. 콜라.사이다 등 음료도 있다.

주문이 끝나면 안주가 하나씩 착착 나온다. 중간에 술이나 음료는 더 주문하면 된다.

메뉴를 보면 알지만 일본은 퓨전 요리가 대단히 많다. 샐러드도 여러 가지이고, 일본 요리도 다양한 소스로 퓨전화한 게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먹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이자카야에서 일본술을 마시려면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일본술은 쌀로 만든 정종을 말한다. 일본술은 지역마다 그 종류가 다양해서 가지 수가 엄청나다. 일본술만 소개하는 책이 있을 정도다.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국정종(菊正宗)이 유명하지만 대개 지방마다 특색 있는 브랜드가 있다. 일본에서는 지주(地酒)라고 해서 골라서 마신다. 따뜻하게 해서 마시는 것도 있고 차게 해야 맛이 나는 정종도 있다.

2차를 즐기고 싶다면 꼬치구이 전문 집이나 로바다야끼 집을 찾아 한 잔 정도 더 하고 나서 숙소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꼬치구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윤태원 (화인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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