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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광부 69일 만에 생환] 뜨거운 사막서 마음 졸인 가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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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고 직후 절망의 눈물로 가득했던 캠프는 17일 만인 8월 22일 광부들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희망’이란 이름이 붙었다. 가족들은 식량·의약품을 내려보낼 때 사용하는 ‘비둘기’ 캡슐에 편지를 담아 보내 광부들을 독려했다. 광부 중 최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63)의 아내 릴리아네트(51)는 “결혼한 뒤 30년 동안 쓰지 않았던 러브레터를 매일 썼다”고 말했다. 구조 기간이 길어지자 캠프에 머무는 11명의 광부 자녀·손자들을 위해 임시 학교도 설치됐다.

지난달 16일엔 매몰 광부 아리엘 티코나(29)의 딸이 태어났다. 그의 아내는 아이의 출생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비둘기’에 담아 내려 보냈고, 광부들은 이 영상을 모두 함께 보며 축하했다. 티코나는 딸의 이름을 ‘에스페란사(희망)’라고 지었다. 매몰자 중 유일한 볼리비아인인 카를로스 마마니(23)의 아내 베로니카(20)는 18개월 된 딸과 함께 캠프를 지켰다. 베로니카는 “가난한 볼리비아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칠레로 건너와 광부가 된 지 5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구조를 하루 앞둔 11일에는 두 달여 동안 캠프를 떠나지 않았던 광부들의 아내와 여자친구들이 단장을 위해 바쁜 하루를 보냈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매몰 광부 클라우디오 야네스의 아내 크리스티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편을 맞이하고 싶다”며 “2주간 다이어트를 했고, 예쁜 옷을 사고 머리도 새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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