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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봤습니다] 박정현 기자의 창의 워크숍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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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서 열린 ‘창의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이 몸으로 소리를 만드는 활동을 마친 후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2010 서울청소년창의서밋’이 6~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시립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나흘간 열렸다. 서울시 주최, 하자센터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국제 창의 페스티벌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창의활동 전문가와 예술가가 선보이는 13개의 창의 워크숍이 진행됐다. 내년부터 학교에서 운영할 ‘창의적 체험활동’의 적용 사례로 제시된 것이다. 7일 오후 하자센터를 찾아가봤다.

박정현 기자
황정옥 기자

자신의 몸을 악기로 바꿔 리듬 만들며 창작

“자기의 몸을 두드려 주세요. 팔·허벅지·종아리도 두드리세요. 몸을 두드리며 자기 몸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사회적기업 노리단의 ‘무엇이든 두드리면 악기가 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교실. 참가자들은 신체의 각 부위를 두드려 소리를 만들어 내는 ‘몸벌레’ 활동을 하며 자기 몸에서 나는 새로운 소리를 발견했다. 이 워크숍에는 홍콩 창의성학교에서 온 4명의 학생과 장애인, 대안학교·일반 학교 학생 20여 명이 참가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은 강사의 진행에 따라 어색한 동작으로 몸을 움직여 소리를 만들었다. 손으로 가슴이나 손등을 치고, 머리를 두드렸다. 입으로 뭔가 소리를 만드는 학생도 있었다. 강사는 “우리 몸에선 수백 가지의 소리가 나온다”며 “이 소리로 리듬을 만들어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만난 사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처음에는 눈도 마주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몸을 두드리고 예쁜 화음을 만들면서 금세 친구가 됐다.

이 워크숍의 기획을 맡은 이현씨는 “내 몸의 소리와 주변 소리를 발견하면 창작의 재료가 된다”며 “이 활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재발견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몸을 악기로 바꿔 리듬을 만들고 움직임을 만들며 놀면 된다는 것. 이씨는 “그 과정에서 자신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과 협업하고 소통을 시도하면서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덧붙여진 창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담임 교사와 함께 참여한 박정민(서울 성미산학교 7년)군은 “다양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 재활용품으로 연주를 하기도 했다”며 “몸으로 이렇게 많은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여럿이 공존할 수 있는 ‘창의’ 중요

‘소셜 LED 벌레 되기’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눈에 안대를 하고 소통 체험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지속 가능한 창의성-나를 위한 놀이, 지역을 위한 창의’다. 청소년들이 혼자 있을 때뿐 아니라 여럿이 같이 놀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기 자신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자는 의미다. 전체 기획을 맡은 이은주씨는 “한 개인의 창의성이 아니라 사회적인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환경과 창의 전문가, 창의적인 동료가 필요하다. 이번 워크숍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다. 이씨는 “서로가 공존하며 잘 살 수 있어야 창의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소셜 LED 벌레되기’ 워크숍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우선 여러 미션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소통을 실험했다. 그들은 미션마다 자신만의 전략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교육연구소 파이니의 박동희씨는 “소통의 방법은 다양하다. 오케스트라, 선생님의 가르침 이런 것들 모두 소통”이라며 “이 워크숍은 LED로 만든 벌레 아바타로 소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간단한 전자 부품으로 LED 벌레를 만들어 그것을 자신의 아바타로 삼는다. 다른 아바타 벌레들과 어울리는 과정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사회적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게임·연극·음악·요리 등 다양한 장르를 바탕으로 한 워크숍이 진행됐다. ‘창의적 삶의 리허설’ 워크숍은 연극을 관람한 후 참여자가 내용에 개입해 다시 극을 재구성해보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다. ‘메시지 키보드’ 프로그램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에 ‘음’을 부여해 새로운 형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김선명(서울 강서공고 1년)군은 “창의성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재밌고 새로운 창의성 교육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창의성에 관심이 많아 여러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김해주(간디학교 9년)양은 “낯선 친구들과 함께 창의적 활동을 경험해보니 혼자 할 때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실시

내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초·중·고 미래형 교육과정에 ‘창의적 체험활동’이 포함돼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초·중학교는 주당 평균 3시간 이상, 고등학교는 주당 평균 4시간 이상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일선 교육계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할 인력과 공간, 시설, 프로그램 등 전반적인 인프라가 부족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본격적인 창의적 체험활동이 시행되면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 시스템’에 학생 개개인이 직접 활동 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이 자료는 입학사정관 전형 등 상급학교 진학에 활용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자센터 이지현 기획팀장은 “이번 워크숍에서 진행된 프로그램들이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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