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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학생들 없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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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李모(18)양은 수능성적이 별로였다. 학교 성적도 시원찮았다. 가고 싶은 대학은 있었으나 턱도 없었다. 그녀는 일찌감치 재수를 결심했다.

작년 말 친구들은 대학에 원서를 내거나 면접을 본다고 난리였지만 李양은 짐을 꾸렸다. 기숙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지난 2일부터 충북 제천의 월악아카데미(www.inst-worak.co.kr)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 학원은 아직 재수생을 받지 않았다. 재수생반은 다음달 개강한다. 지금은 중고 재학생을 위한 특별학급을 운용하고 있다. 그녀는 남들보다 한 달 이상 먼저 재수 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그것도 나이어린 중고생과 함께 공부한다.

그녀의 학원 생활은 희한하다. 李양은 이 학원에서 고1 학생들과 함께 수학 수업을 한다. 수학 능력이 크게 떨어져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야 한다는 학원의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대신 국어.영어 등 과목은 고2.3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이 학원 특유의 대학식 강의 방식 덕분이다. 월악학원은 30명 단위로 반편성을 한다. 반원들은 자율학습을 같이하고 잠도 한 방에서 잔다. 하지만 수업은 각자 따로 듣는다. 학습 능력에 따라 과목마다 4개 반으로 나눈다. 상위.중상위.중위.기초반이다. 한 반은 10명 단위로 편성한다. 대학강의처럼 학생 개개인마다 수업 시간표가 다르다. 한반에서 자율학습을 같이 하다 자신이 수강할 강의 시간이 되면 가서 듣는다.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죽 수업하고 그 후에 자율학습을 하는 식이 아니다. 학원 강의는 아침9시부터 오후11시40분까지 있다. 학생들은 아침부터 자신의 학급 교실에서 공부하다 들어야 할 강의시간이 되면 교실을 옮겨가 수업한다. 대학처럼 이동식 수업이다.

이번 중고 재학생을 위한 특별학급부터 이를 적용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온 중3학년 李모군의 경우를 보자. 과목별로 성적이 너무 달랐다. 반편성을 위한 평가시험 결과 영어는 22점, 수학은 65점을 받았다. 그는 영어는 기초반에서 수학은 중상급반에서 배운다.

"공교육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사교육에서 한다." 유준석 원장은 말한다.

"중고교는 대부분 한 반이 35명이다. 교사는 당연히 10~20등을 하는 중간 계층을 위주로 수업하게 된다. 이 경우 20~35등 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잡기 어렵다. 진도가 나가면 나갈수록 공부는 더 힘들어지고 어느 시점에는 아예 포기하기 마련이다. 잘하는 10등 이내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잃게 된다. 다 아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 시간에는 영어 공부를, 영어 시간에는 수학 공부를 교사 몰래 하는 청개구리 학생이 나오게 된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재학생을 위한 특별학급에 150여명이 들어왔다. 비슷한 성적의 학생이 10여명씩 모여 수업하니 교사도 가르치기가 편하고 학생들은 능률이 오른다. 기숙학원의 경우 입소 하루 이틀 또는 1주일 후 귀가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이런 낙오생이 없다고 유 원장은 말한다. 1주일 후 면회 온 학부모들이 모두 만족해 집으로 돌아갔다고 소개한다. 그 후 쌀 20포를 보낸 이도 있다.

이렇다보니 아예 이 학원에서 잠자는 교사들이 많다.

이 학원은 또 학생마다 3명의 담임교사를 둔다. 자율학습과 숙식을 같이하는 학급의 담임, 각 과목별 담임, 밤에 학생들과 같이 잠자며 지도하는 생활지도 담임이다. 자율학급 담임은 학생들이 강의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할 때 곁에 있다 질문에 즉시 답해준다.

이 학원은 예부터 청풍명월의 고장으로 알려진 월악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연건평 450평의 강의동과 700평의 현대식 기숙시설을 두고 있다. 식당은 400명 수용이 가능하며 식단은 뷔페식이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거리로 좀 먼 편이나 기숙학원으로서는 이것이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학원 측은 든다.

이 학원은 2003년 오픈했다. 기숙사 건축비 등 40억 원 정도가 투자됐다. 하지만 첫해 수강생은 20여명에 불과했다. 교사가 학생보다 많을 지경이었다. 이 경우 대부분의 학원은 학생들을 다른 기숙학원에 넘기고 문을 닫는다. 유 원장은 그러나 고객과의 약속임을 들어 이들 학생을 그해 내내 가르쳐 대학에 보냈다. 한달에 수천만 원의 적자를 봤음을 말할 나위가 없다. 요즘은 교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선금을 주기도 한다.

다음달 13일 1차 개강하고 3월 1일 2차 개강한다. 043-642-0855.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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