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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귀신고래' 멸종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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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질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귀신고래(사진)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희귀한 귀신고래(western gray whale) 중 번식이 가능한 암컷은 23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환경 변화 등 조금만 위험이 가해져도 멸종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수컷의 경우 몸길이가 15m(몸무게 35t)까지 자라는 귀신고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계통과 서태평양 한국계 귀신고래로 나뉜다.

한국계는 1977년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한반도 연안에 관찰되지 않고 있는데, 현재 확인된 개체 수가 100마리에 불과해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IUCN은 이번에 환경 요인들이 개체 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시나리오별로 예측했다. 예를 들어 번식 가능 암컷 23마리 가운데 매년 한 마리가 사고 등으로 추가 사망하면 멸종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번식률이 10% 감소하는 상황과 3년에 한 마리씩 암컷이 추가 사망하는 경우도 개체 수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위원회는 사할린에서 진행 중인 석유 시추 사업도 귀신고래의 번식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석유 시추 사업은 ▶공사 중 소음을 일으켜 고래의 생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공사 및 채굴 기간 동안 고래의 생존지 해역에서 선박과 고래의 충돌 가능성이 있고▶기름 누출 사고와 해저 환경 훼손 등으로 고래의 서식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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