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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새 세상' 먼저 체험 … 광주 '3㎜ 광케이블 특구' 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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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광주광역시 서구는 '통신 특구'다. 이 지역 금호.쌍용아파트 80가구와 일반주택 20가구는 요즘 한발 앞서 생활 속의 통신혁명을 체감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광케이블이 깔렸기 때문이다. 3㎜ 굵기의 광케이블 회선은 고화질(HD) TV 방송과 쌍방향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실어 나르는 통신 고속도로다.

광케이블은 기존 전화선보다 정보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다. 초당 100메가 비트의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인터넷 TV▶주문형 비디오(VOD)▶쌍방향 교육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KT는 지난달 10일 이 지역에서 '가정 내 광케이블'(FTTH.Fiber To The Home)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올 하반기부터 2009년까지 전국 175만 가구에 광케이블을 설치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말 차 안에서 관광정보 등을 검색할 수 있는 '텔레매틱스' 시범 서비스를 제주도에서 선보였다.

지난 15일 오전 9시. 주부 고경희(41.광주시 서구 치평동)씨는 30분 전에 끝난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VCR로 녹화한 것이 아니다. KT의 중앙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30분 전의 드라마를 끌어다 보는 것이다. 이 서비스의 '시간 이동 방송'은 한 시간 전에 끝난 프로그램을 되돌려 볼 수 있게 한다. 고씨는 "아이들 등교 준비 때문에 8시 아침 드라마를 보지 못했는데 요즘은 지나간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집은 또 비디오 테이프를 빌리지 않는다. 리모컨으로 서울 목동의 KT 정보통신센터 중앙컴퓨터에 있는 600여편의 최신 영화와 드라마를 골라 본다.

이날 오후 8시. 고씨의 큰 딸 황현영(초등 5학년)양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엔 캐나다인 영어 강사 모린 레이 머피가 나타났다. 화질이 좋아 황양은 모린의 입 모양까지 보면서 발음 연습을 했다. 황양은 "이젠 영어 학원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설 연휴 때 고씨 가족은 집을 비웠지만 도둑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 집안을 살폈고, 집안 전등은 물론 TV까지 마음대로 켰다가 껐다. 또 현관 초인종을 누른 사람의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씨에게 전달됐다.

지난 2일 기자는 제주공항 인근 주차장에서 SK텔레콤의 텔레매틱스 단말기가 장착된 자동차를 빌렸다. 이 단말기의 메뉴 중 '여행 도우미'를 선택하니 영화.드라마, 전통문화 역사, 레저쇼핑, 생태 자연환경 등의 코스가 떴다. 영화.드라마 코스는 TV 드라마 '올인' '대장금', 영화 '인어공주' '연풍연가', 유명 CF 촬영 장소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이튿날 '레저 서비스'를 이용해 한라산 등반 코스와 기상 정보를 입수했다. 어리목 .관음사 등 여러 등정 코스의 정보가 음성으로 나왔다. 어리목 코스를 선택하자 "자연휴식년제 기간이어서 이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등산을 마치고 서귀포에서 제주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말기를 통해 한라봉과 옥돔 등 제주 특산품 정보를 알아냈다. 다음달 말부터는 텔레매틱스를 통해 이 특산품 주문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또 골프장과 낚시.승마.스킨스쿠버 등 각종 레포츠에 대한 정보를 이 단말기에 추가할 예정이다.

광주=이희성 기자, 제주=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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