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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전략산업으로 키우자 ①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 대책의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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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에서 분식집을 하던 박모(46)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건설회사에서 명예퇴직한 뒤 2008년 아내와 함께 문을 열었지만 이것저것 빼고 나면 손에 쥐는 수입이 한 달 100만∼200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10시간 넘게 가게를 지켜야 하는 격무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내의 음식 솜씨를 믿고 시작했지만 상권 분석도 마케팅도 너무 미숙했다. 권리금은 고사하고 인테리어비용 등 1억원 가까이 손해만 봤다.

경기 회복세에도 자영업체들은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바닥 경기는 살아날 조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해 571만 명에 달했다. 2004년(357만 명)과 비교해 60%나 늘어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은 한국이 31.3%로 터키·그리스·멕시코에 이어 회원국 중 4위다. 미국(7%)·프랑스(9%) 등 선진국은 그 비중이 훨씬 낮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를 줄여야 할까. 김숙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조기퇴직 등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쏟아지는 인력을 흡수하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라도 자영업자를 줄이기보다는 그들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향으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자영업자 대책의 일환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자영업자의 창업 대비 폐업 비율은 84%에 달했지만 프랜차이즈 편의점 창업 후 5년 내 폐업률은 2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를 다수 육성해 ‘무기술-소자본’의 예비 실업자들을 흡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프랜차이즈 산업은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와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서민 밀착형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난해 9월 ‘2012년까지 가맹점 10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프랜차이즈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지원의지를 밝히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도 프랜차이즈를 전략 서비스 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맥도날드와 서브웨이가 상징하는 미국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2008년 기준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1.4%, 총고용의 15.3%를 책임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산업은 같은 기간 GDP의 7.5%, 총고용의 4.3%를 담당하는 데 그쳤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1개 창업 때 평균 417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또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초기 투자액이 1억3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연간 1만 개의 가맹점을 개점하면 1조3000억원의 투자 효과가 있는 셈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올해 시장 규모가 78조원이고, 가맹점 수는 25만 개다. 13일부터 15일까지 ‘2010 세계 프랜차이즈 대회(WFC 서울총회)’와 ‘2010 아시아·태평양 프랜차이즈 총회(APFC 서울 총회)’를 동시에 개최할 정도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WFC 서울총회 이병억 준비위원장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10년을 기다린 끝에 2008년 WFC에 가입했지만 가입과 동시에 세계대회를 유치할 만큼 국제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선진국에 비해 외식업 편중이 지나치게 높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취약한 편이다. 모방 창업에 따른 가맹본부 난립,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해 예비 창업자들의 신뢰도 높지 않다. LG경제연구원 최병현 연구위원은 “제조 대기업 중심인 수출 주도형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내수시장 확대가 필요하고, 그중 프랜차이즈 산업의 육성은 훌륭한 정책 수단”이라며 “우수 중소 프랜차이즈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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