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지분 매각 연내엔 어려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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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인천공항공사의 연내 지분 매각이 어려워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제기돼 반대 여론이 강해졌고, 이에 따라 지분 매각에 선행돼야 하는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장관도 “납득 못 해”=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지분 매각을 문제 삼자 “저도 (실무진이 보고한) 반론자료를 봐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지적에 수긍하는 것처럼 답변했다.

익명을 원한 재정부 관계자는 10일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데 반대 여론이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며 “상장 절차 등을 고려하면 연내 매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인천공항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활주로와 관제탑 등 주요 공항시설을 국가가 환수하고, 외국인과 항공사의 지분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당초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및 공항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9~10월에 상장해 정부 지분 중 49%(올해 15% 일반 공모, 나머지는 순차적 매각)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매각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으나 지분 15%를 우선 상장한 뒤 모두 49%를 단계적으로 매각한다는 방침 자체를 바꾼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사가 설립된 1999년부터 공기업민영화법에 따라 추진된 지분 매각은 다시 내년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외국 공항 지분은 사들이면서=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월 영국 런던의 개트윅(Gatwick) 공항 지분 12%를 1800억여원에 사들였다. 정부가 산하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한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국민연금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맞아 여행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효율적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의 공항 지분은 사들이면서 흑자를 내는 국내 알짜 공항 지분은 팔겠다는 상반된 계획이 정부 안에서 동시에 추진된 셈이다. 정부는 “인천공항은 서비스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공항의 안전, 환승률, 경영효율 등에서는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민영화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알짜배기 공기업을 왜 파느냐”며 정부에 인천공항 지분 매각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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