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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생맥주, 톡톡 튀는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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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생맥주 전문점 '쪼끼쪼끼'로 잘 알려진 ㈜태창가족의 본사가 있는 서울 성내동 태창타워.

이 빌딩의 8.9층은 매주 금요일에 남녀 화장실의 표시판을 바꿔 놓는다. 본사를 방문하는 외부인사가 '실수'하거나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친절하게 안내문도 붙여놨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발상을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이 회사 김서기(사진) 사장이 낸 아이디어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찝찝하고 불편하다며 반발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성(性)의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직원들의 머리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된 사례는 아직 없다. 김 사장은 화장실 교체를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연습'이라고 여긴다.

임직원 95명의 태창가족은 매일 아침 거의 한 시간씩 '조례'를 한다. 매일 4~5명씩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좋은 소식을 발표하는 일명 '굿 뉴스' 시간이다.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감정도 좋고, 신문 사회면의 미담 기사도 좋다. 직원들이 듣고 가슴이 따뜻해질 만한 내용이면 무엇이든 발표할 수 있다. 김 사장은 "좋은 발표거리를 찾기 위해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굿 뉴스 제도는 직원들의 발표력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세상을 좀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김 사장은 평가했다.

김사장은 사장실에서 결재를 안한다. 각 부서로 찾아가 결재한다. 업무시간과 결재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김 사장의 이같은 '튀는 경영'은 점차 경영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1999년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출한 '쪼끼쪼끼'는 맥주 맛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호평을 받으며 가맹점이 400여개로 늘었다. 치킨전문점 '군다리치킨'과 세계 꼬치요리전문점 '화투'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부산에서 신발 소재 제조회사인 태창실업을 운영하던 김 사장은 1990년 부업 삼아 생맥주집 '영타운'을 열었다가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점포는 93년부터 3년 연속으로 단일 매장으로는 국내 최대의 생맥주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맥주 맛의 달인인 김 사장의 주량은 의외로 500cc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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