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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이슈] 중·미 해커 놀이터 된 국책연구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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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정보원 관련 조직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가 올 7~9월 국책연구기관 23곳에 대한 ‘해킹 공격’을 385건이나 적발했다. 특히 중국과 미국으로부터의 침입이 국내 해킹 시도 건수보다 많아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정보 보안이 시급하다고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6일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이 국무총리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8월 22일 미국에 있는 한 해커로부터 ‘도스 공격’을 당했다. 도스(DoS, 서비스 거부시도) 해킹은 해커가 시스템에 과부하를 걸어 다른 접속자들의 접근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를 감지한 NSRI는 방화벽 차단을 통해 해커의 공격을 막아냈다.

자료에 따르면 7~9월 3개월 동안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23곳이 이런 식의 해킹 공격을 385건이나 당했다. 하루 평균 4건의 해킹 시도가 발생한 셈이다. 국가별 해킹 공격은 중국(91건, 23.6%), 미국(57건, 14.8%), 유럽(41건, 10.7%),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36건, 9.4%) 순이었다. 국내에서도 121건(31.4%)의 시도가 있었다.

중국발 해킹 공격 대상은 한국 경제의 국제적 대응전략을 연구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에선 국토자원의 효율적인 개발 및 보전에 관한 정책을 연구하는 국토연구원에 대한 해킹 시도가 9건으로 제일 많았다. 공격 형태는 바이러스 침투와 웹 침해 시도가 대부분이었지만, 보안이 해제된 뒷문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드나들며 정보를 빼내는 ‘백도어 해킹’과 ‘도스 해킹’ 등도 각각 8건과 6건 있었다.

그런데도 국책연구기관들은 해킹 공격을 NSRI가 탐지해 통보할 때까지 해킹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성헌 의원은 “중국이나 옛 소련권 등에서의 공격은 북한의 우회 공격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 이들 국가에 본거지를 둔 해커들이 우리 국책 연구기관에 대한 해킹을 자주 시도한다는 건 그만큼 국가 주요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므로 심각성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각 국책연구원엔 보안을 담당하는 인력이 1명 정도밖에 없는 만큼 NSRI가 23개 기관을 다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일 한 군데라도 뚫린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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