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향수의 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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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향수의 여정
장 폴 겔랑 지음, 강주헌 옮김
효형출판, 204쪽, 2만8000원

"자연에 가까이 가보라/그리고 그대가 최초의 인간인 것처럼/그대의 눈에 보이는 것을/언어로 표현해보려 애쓰라."

저자가 인용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글이다. 여기에서 '눈에 보이는'을 '오감이 느끼는'으로, '언어'를 '향수'로 바꾸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프랑스 향수.화장품 기업 겔랑에서 47년간 43종의 향수를 '창작'한 조향사(調香師) 장폴 겔랑(69)의 자서전이다. 1828년부터 5대를 이어온 가족기업의 4대 회장을 지내다 2002년 물러났다. 저자는 향수를 문화적 경험의 총체로 본다. 문학과 음악, 음식과 술, 여행에서 만난 이국적인 자연과 낯선 문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상상력과 끈기 등이 향수의 바탕이라는 설명이다.

겔랑가에는 형제중 한 명만 회사 운영에 참여한다는 규칙이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 자크는 둘째 손자 장 폴이 향수에 대한 열정과 3000여종을 구분하는 뛰어난 후각을 지녔음을 알고 큰 손자 대신 후계자로 지명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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