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미국 정부 내서도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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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 제1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인 중앙정보국(CIA)의 포터 고스 국장은 16일 "북한이 핵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을'허풍(bluff)'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미 당국자들의 엇갈린 발언은 연간 40억달러 이상의 정보 예산을 쓰는 '정보 대국' 미국도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음을 시사한다.

고스 국장은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핵무기 크기의 탄두를 탑재하고 미국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포함해 언제든지 미사일 시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2002년 북한이 최소한 1~2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미 CIA가 평가했던 데 대해 "북한은 그때보다 더 큰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인 MSNBC는 최근 '미 공군 분석자료'를 인용,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은 50기 미만이며, 이들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1300㎞ 이하로 한국 전역과 일본에는 미칠 수 있으나 미국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공군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스 국장의 '미국 공격' 평가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 의도에 대해서도 상이한 시각이 있다. 고스 국장은 이날 북한이 핵을 추구하는 동기에 대해 "핵무기는 강대국에 시달리는 약소국들엔 일종의 성배(聖杯)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졸릭은 이보다 하루 전인 15일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북한의 언급에 대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 선언이 북한 주민을 겨냥한 '위력 과시'의 목적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고스 국장의 이번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핵 능력을 둘러싼 CIA와 한국 국가정보원의 시각 차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편차가 큰 부분은 핵탄두의 소형화 대목. 고스 국장은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수준으로 너무 커서 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간에 대북정책 공조 못지않게 정보 공조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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