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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역자 우선 채용 미국 '애국경영'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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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생산성도 높이자"

전역 군인에서 교도소의 죄수까지 활용해 국부(國富)에 기여하는 '애국산업(Patriotic Business)'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9·11 테러사건 이후 '애국심' 바람이 불고 있는 미국에서는 우수인재지만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전역 군인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또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는 미국·영국·독일에서는인도 등 개발도상국가의 값싼 인력 대신 자국 내 '죄수'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주목받고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17일자에 이런 '애국산업'을 소개하는 특집 기획 기사를 실었다.

◆전역 군인을 선점하라=미국 2위의 소매업체 '홈 디포'는 전역 군인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한다. 지난해 신입 사원 10만 명중 1만명 이상을 이들로 채웠다. 또 직원들이 동원령에 따라 주 방위군이나 예비군 등으로 차출되면 그 기간 동안의 급여를 전액 보상해준다.

홈 디포는 애틀랜타 등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 내에 점포가 많은데다 부시 정부와도 관계가 밀접하다. 애국심을 중시하는 지역사회에서 애국심의 상징인 군인을 겨냥한 경영 전략은 당연해 보인다.

FT는 그러나 홈디포의 군 경력자 선호가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리더십과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받은 군 출신들의 생산성이 실제로 높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신규 점포의 책임자(매니저)로는 적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홈 디포는 초급 장교 출신의 20대 후반 전역 군인을 매년 500여 명 이상 뽑아 미래 경영자로 양성하고 있다.

통신회사 '스프린트'도 전역군인 채용에 열심이다. GE도 전역 군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 채용 전담팀을 두고 군 출신 우수 인재들에겐 대학교육 등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까지 운영중이다.

FT는 이에 대해 "우수 인재 활용은 물론 군.정부와의 좋은 관계 유지, 지역사회에서의 높은 평판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도소를 아웃소싱 기지로=FT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도.중국 등으로의 아웃소싱이 유행하면서도 자국 실업률은 높은 미국.영국.독일에서는 교도소의 '죄수'를 쓰는 것도'애국산업'이라고 소개했다.

국부 유출을 막고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데다 지역사회 통합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 조명기기 회사 '덱스트라'는 영국판 3D기업이다. 공장이 외진 지역에 있고 단순 반복 작업이 많아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 회사는 4년 전부터 인근 3개 교도소의 모범수를 노동자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루퍼트 마틴은 "문맹이 대부분인 재소자들이 우리 회사 업무를 통해 사회복귀에 도움을 받는다"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견 교육컨설팅 회사 '페리 존슨'은 대(對)고객 전용 콜센터를 오리건주 스네이크리버 교도소에 두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콜센터를 인도에 두는 게 비용은 덜 들지만 교도소 콜센터는 일자리를 늘리고 죄수들의 사회복귀를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독일 하에프트링(독일어로 '죄수'라는 뜻)사는 교도소용 죄수복은 물론, 죄수복 스타일의 일반 의류를 판매하는 회사다. 놀랍게도 이 회사 제품에는 '교도소산(made in jail)'이라는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다. 베를린 테겔 교도소에서 물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교도소에서 만든다'는 점을 아예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성공한 경우다.

이승녕.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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