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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플러스] 삼겹살의 담백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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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전문가들은 평소에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을까. 자신의 책에도 내지 않은 레시피는 없을까. 혹시 자식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요리 비법도 있을 만한데….' 이번 주부터 대한민국 요리전문가들이 중앙일보 week& 독자들에게 나만의 숨겨 놓은 레시피를 릴레이로 하나씩 공개한다. 덩달아 그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곁들이고, 그들만의 맛내기 비결도 풀어놓는다.

외국에 살다 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오래 전 일본에 살면서 손님을 초대해 놓고 어떤 음식을 내놓아야 한식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수첩에 불고기.잡채.전 등 지극히 한국적인 음식을 차근차근 적어 나갔다. 그런데 초대한 친구 중에 한국을 자주 오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에겐 너무 평범한 한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득 친정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돼지고기 숯불 바비큐가 떠올랐다. 어릴 적 외국 생활이 잦았던 우리 집 메뉴는 전형적인 한식보다 현지화된 변형 한식이 많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머니가 현지 재료를 활용해 창작 요리를 하신 것이다. 창작이라고 해서 전혀 엉뚱한 음식이 아니라 기존 양념 중에 한두 가지만 바꿔 새로운 맛을 내는 수준이었다.

어머니의 돼지고기 숯불 바비큐의 특징은 고기를 한바탕 구운 뒤 고추장 양념장을 바르는 것. 처음부터 양념장에 버무려 구우면 양념장이 타서 맛이 떨어지지만 거의 익었을 때 양념장을 발라 잠시 더 익히면 맛있는 고추장 구이가 된다. 어머니표 돼지 숯불 바비큐를 변형해 나도 창작 요리를 만들었다. 돼지갈비를 삼겹살로 바꾸고, 연기 나는 숯불 대신 조리하기 편한 프라이팬을 도입했다. 게으른 나의 잔머리를 가미한 것이지만 결과는 대인기. 일본인 손님들이 "오이시이데스(맛있어요)"를 연발했다. 그날 레시피를 받아간 몇몇 친구는 요즘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이 요리는 일반 돼지고기 고추장 구이보다 담백해 헬시 삼겹살 고추장 구이란 이름을 붙여봤다. 평소엔 밥반찬으로 먹지만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쳤을 땐 술안주로 내기도 한다.

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는데 한류의 열풍이 한식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중저가로 형성돼 있던 한식이 고가의 고급음식으로 격상하고 있었다. 각종 방송 매체에서는 한국요리 소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국내에 있을 땐 알지 못했던 뿌듯함이 느껴졌다.

글=최지아 <ongo2000@hananet.net>
사진=권혁재 전문기자<shotgun@joongang.co.kr>

*** 최지아씨는 방송 프로그램의 식공간 프로듀서로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요리전문가. 푸드채널.홈쇼핑에 등장하는 맛깔스러운 음식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 것이다. 현대문화센터.F&C 아카데미.수도요리아카데미 등에서 테이블 세팅에 대해 가르치며, 음식점의 메뉴 개발 등을 도와주는 식공간 컨설턴트 일도 병행하고 있다.

*** 삼겹살 고추장 구이 따라하기

■ 재료=돼지고기(삼겹살) 500g, 양파 1/2개, 쪽파 2개,

■ 양념장 재료=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 물엿 1큰술, 맛술 1큰술, 물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 만드는 법=양념장 재료를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양파는 중간 굵기(0.5㎝)로 채 썬다. 돼지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프라이팬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뒤 기름기를 걸러낸다. 다른 프라이팬에 양파를 색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볶아낸다. 구운 돼지고기를 섞고 양념장을 넣어 뜨거운 불에서 재빨리 버무려낸다. 그릇에 담고 쪽파를 송송 썰어 고루 뿌려 낸다.

*** 손맛 포인트 하나 - 양념장은 미리 준비하세요

양념장은 두 시간 이상 미리 만들어 두면 들어가는 재료의 맛이 잘 우러나와 맛있는 소스가 된다. 미리 준비를 못했을 땐 다른 재료를 손질하기에 앞서 양념장부터 만들도록 한다.

*** 손맛 포인트 둘 - 고기의 바삭함이 포인트 !

이 음식은 양념의 맛과 더불어 돼지고기의 바삭거리는 맛이 포인트. 고기는 팬이 충분히 달궈졌을 때 구워야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있다. 돼지고기를 두 번 가열하지만 두 번째엔 살짝 양념과 버무리는 정도이므로 처음에 바싹 굽도록 한다. 양파는 너무 익히지 않아야 고기랑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의 바삭함과 양파의 아삭거리는 느낌을 잃지 않도록 불에 오래 두지 말 것.

*** 손맛 포인트 셋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대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있다는 말이 있다. 어디에 어떻게 담아 내느냐에 따라 평범한 음식이 근사한 요리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이 음식은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 색이 강한 만큼 칙칙해 보이지 않도록 단색의 깔끔한 접시에 담으면 훨씬 먹음 직스럽다. 접시를 가득 채우기보다 70% 정도만 담는 게 정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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