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본 “미군과 내달 센카쿠 탈환 훈련” … 중국에 재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2일 도쿄에서 일장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중국에 굴욕외교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중·일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자국의 핵심 국가 이익으로 분류할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은 센카쿠열도 부근에서의 대규모 미·일 합동 군사훈련이라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일 정부 관계자들의 중국 비난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만·티베트와 똑같은 핵심이익”=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아직 댜오위다오를 공개적으로 핵심이익이라고 선언하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국가이익에서 핵심이익으로 격상시켰다”고 3일 보도했다. 핵심이익은 외교적으로 절대 타협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국익을 말한다. 중국은 대만과 티베트·신장위구르·남중국해를 핵심이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센카쿠열도를 핵심이익으로 격상한 것은 아시아 주변 해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와 맞닿아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도 이날 ‘국제법 시각에서 본 댜오위다오 분쟁의 발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영유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신문은 “댜오위다오는 명·청조 이래 500여 년간 어업기지는 물론 항해와 풍랑 피난처로 활용돼온 중국의 영토” 라고 강조했다.

◆미·일 합동 ‘센카쿠 탈환작전’=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은 3일 “일 정부가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다음 달 센카쿠열도 주변에서 실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합동훈련의 핵심은 적에게 점령된 ‘센카쿠 탈환작전’이다.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불법 점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시되는 훈련으로, 조지 워싱턴호를 중심으로 한 항공 타격부대와 이지스함, 무인정찰기,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기 등이 동원될 예정이다. 신문은 “확고한 미·일동맹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동중국해에서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 몽골과 희토류 개발 협력=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중국에 굴복한 일 정부는 희토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2일 방일 중인 수흐바타린 바트볼드 몽골 총리와 몽골 내 희토류 광산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일 정부가 희토류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이번 사태로 ‘굴욕외교’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일 정부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비난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민주당 간사장 대리는 2일 “ 중국에 관한 한 법치주의가 통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상대해야 한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그는 “중국을 미국이나 한국 같은 신뢰관계의 나라로 생각하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중·일 간 전략적 호혜관계도) 외교적인 미사여구는 좋지만 정말 일본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도 이날 “중·일관계를 시급히 복원해야 한다”면서도 “간 총리가 참석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에서 중국에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상은 3일 “중국과 일본은 좋은 이웃이며, 전략적 상호 호혜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홍콩=박소영·정용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