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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 세포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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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포 이용한 ‘살아있는 치료제’

환자의 혈액 등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한 후 다시 주입해 암 등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의 개발이 본격화됐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게 특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첨단제제과 김종원 연구관은 “세포치료제는 환자의 신체(자가) 또는 다른 사람(동종), 동물(이종)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뒤 다시 인체에 투입하는 치료제”라고 설명했다.

세포치료제는 ‘줄기세포치료제’ ‘면역세포치료제’ ‘피부연골세포치료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줄기세포치료제’의 연구개발 분야는 넓다. 심장혈관질환·척수손상·관절염·당뇨병 등은 물론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는 혈액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 자연살해(Natural Killer)세포, B림프구, 수지상세포 등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피부연골세포치료제’는 피부와 연골에서 세포를 채취해 피부화상·흉터·당뇨병성 족부궤양·무릎연골 등을 치료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혁 교수는 “세포치료제는 내 몸에서 채취한 성분을 다시 주입해 치료효과를 보기 때문에 ‘살아있는 치료제’로도 불린다”고 말했다.

세포치료제는 현재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 또는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외과 김충현 교수는 “세포치료제는 대량 생산된 기성 치료제가 아닌 환자 개인맞춤 치료제”라며 “기존 치료법과 함께 사용하면 치료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능력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식약청에 따르면 올 2월 현재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줄기세포치료제는 231건이다. 이중 치료제 개발이 임박한 것은 27건인데, 미국이 1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나라와 스페인·독일이 각 3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줄기세포치료제 총 임상시험 건수는 16건이다.

국내선 췌장암·뇌종양 치료제 등 개발 중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와 달리 피부연골세포치료제와 면역세포치료제는 이미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14개 제품이 식약청의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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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연골세포치료제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피하지방결손부위 치료제인 ‘오토스템’, 세원셀론텍의 골형성 촉진치료제인 ‘알엠에스 오스론’ 등 10개가 허가받았다.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치료제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다. 현재 세계적으로 면역세포치료제를 허가한 나라는 미국(1개)과 우리나라(4개)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 4월 덴드리온의 전립선암 세포치료제 ‘프로벤지’의 시판을 허가했다.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프로벤지 투여군은 비투여군보다 평균 생존기간이 4.1개월, 3년 생존율은 38% 높았다.

국내에선 4개 기업이 암 면역세포치료제를 허가받았다. 이노셀의 간암 세포치료제 ‘이뮨셀-LC’, 이노메디시스의 폐암치료제 ‘이노락’, 엔케이바이오의 악성림프종(혈액암) 치료제 ‘앤케이엠주’, 크레아젠의 신장암치료제 ‘크레아박스-알씨씨주’ 등이다.

특히 지난 7월 아시아·태평양 국제간암학회에서 이노셀의 간암 세포치료제 이뮨셀-LC의 3상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153명의 간암 환자 중 이뮨셀 투여군 78명과 비투여군 75명을 32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이뮨셀-LC 투여군은 간암이 재발한 환자가 11명으로 비투여군 17명보다 재발위험률이 42.3% 낮았다.

이뮨셀-LC는 암 환자의 혈액 40mL를 채혈해, 면역을 담당하는 T림프구를 분리한다. 이후 배양과정을 통해 T림프구 수를 최대 500배로 배양해 환자에게 재투여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혁 교수는 “세포치료제는 온몸을 구석구석 돌며 수술 등 기존 치료로 제거하지 못한 미세한 잔존 암 세포를 제거한다”며 “암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선 췌장암·뇌종양 등 3개의 면역세포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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