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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VIETNAM] 하. 개발 열풍… '베트남은 공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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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 평에 1억원. 베트남 하노이 요지의 땅 값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 남짓한 나라의 땅 값이 웬만한 선진국보다 훨씬 비싸다. 땅값이 비싸니 집값도 비싸다. 토지와 주택 공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택보급률은 20% 수준이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달러도 땅 값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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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연 수출입은행 현지법인 부지점장은 "75년 통일 이후 베트남을 떠났던 200만명에 달하는 해외동포들이 베트남으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30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이 돈이 주로 부동산에 몰리면서 땅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건설자재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 석주 ICM 사장은 "굵직한 부동산 거래는 달러나 금으로만 이뤄진다"고 말했다.

호찌민 도심에서 약 20분 거리에 건설 중인 푸미흥 신도시. 약 100만평을 주거지 및 상업. 업무지역으로 개발 중이다. 이미 아파트와 연립 및 단독주택 단지 일부가 완공됐다. 이곳에 호주계 영어학교를 비롯해 한국.일본.대만학교 등 4개의 외국인 학교가 들어섰다. 호찌민 도심에서 사이공강을 건넌 지점에 위치한 앙푸 주거단지에는 고급 빌라와 고급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이같은 베트남 부동산 열풍을 업고 국내 건설업체의 투자도 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지난해 베트남 건설 수주액은 1억5천400만달러다. 대우 엔지니어링의 푸미 가스 분배센터 등 17개 업체가 4억9000만 달러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찌민의 다이아몬드 프라자는 포스코 건설과 현지 철강업체인 VSC(Vietnam Steel Cooperation)가 60대40으로 합작해 지난 99년 도심에 건설한 주상 복합빌딩이다. 연면적이 1만7249평에 이른다. 지하2층, 지상20층 규모. 아파트 42가구 외에 오피스, 상업시설 등을 갖췄고 모두 임대를 준다. 다이아몬드 플라자의 이왕걸 사장은 "지난해 349만달러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는 2003년 호찌민시 산하의 공기업인 레스코에게서 서민주택 6만가구 건설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앞으로 10년간 주택을 건설해 주고 대금의 30%는 준공때 받고 나머지 70%는 준공후 5년간 나눠 받기로 했다. 주공 베트남사무소 이호원 소장은 "대금회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택양도대금에 대한 중앙정부 및 중앙은행의 지급보장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급 보증만 성사되면 주공의 첫 해외진출 사업이 될 전망이다.

대원건설은 앙푸지역에서 405가구의 아파트 건설에 착수했다. 지난달 중순 모델하우스도 열었다. 베트남 상류층을 겨냥해 22~45평형으로 고급 마감재를 사용하고, 수영장과 헬스장 등 편의시설도 갖춘다. 분양가는 평당 약 420만원으로 베트남 일반 아파트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이 회사 황규철 본부장은 "분양공고를 내자마자 30%를 분양했고 완공때까지는 모두 팔 릴 것"이라고 낙관했다.

현지 사회기반 시설공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LG건설은 호찌민 탄손누트 국제공항에서 시 외곽순환도로에 연결되는 14㎞의 도로를 약 1억5천만 달러를 들여 건설해주고 대금은 도심 상업용지 4000평과 시 외곽 냐베지역의 약 100만평 토지 사용권을 얻기로하는 사업양해 각서를 최근 체결했다. 김태병 LG 베트남 지사장은 "냐베부지에 약 1만7천가구의 주택과 상업.업무.레져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며 도심의 4천평에는 50~6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해 분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포스코.코오롱.대원.동일하이빌.경남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노이 호타이(西湖)주변 260만평의 뚜리엠 지구내 63만평을 주거 및 상업.업무용으로 개발한다. 이는 96년 대우가 수립한 하노이 신도시개발계획의 일부로 5000가구의 주택과 각종 업무시설 및 공공시설 등을 갖춘다.

그러나 아직 베트남의 부동산 개발 사업 참여에는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우선 외국인은 베트남인과 달리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다. 또 아파트 등 분양사업에는 반드시 현지 기업과 손을 잡아야한다. 또 과실송금도 쉽지 않다. 베트남 정부가 올해 말 WTO 가입을 목표로 건설관련 법령을 정비중이어서 이같은 어려움은 고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외국인의 부동산 개발 및 거래가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호찌민·하노이=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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