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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우존좌비,중세 땐 악마의 손 취급...10명 중 1명꼴 '왼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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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호 20면

왼손잡이는 소수자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왼손잡이가 현재 세계 인구의 10~12%를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왼손잡이의 비율은 문화권과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왼손잡이가 1%도 채 되지 않지만, 미국·영국 등 앵글로색슨계 국가에서는 12~15% 정도로 높다. 국내에서는 한국갤럽에서 2002년 왼손잡이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왼손잡이는 3.9%였다. 오른손잡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88.3%, 양손잡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7.8%였다. 여자(3.6%)보다는 남자(4.3%)의 왼손잡이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

왼손잡이

소수자인 왼손잡이를 끈질기게 괴롭힌 것은 사회적 편견이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왼손으로 글을 쓰면 그 손을 ‘악마의 손’으로 간주했다. 그들이 사용한 언어에도 왼손에 대한 편견이 나타난다. 영어에서 ‘불길한’ ‘사악한’의 의미를 지닌 ‘sinister’라는 형용사는 왼쪽을 뜻하는 라틴어 ‘sinister’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어에서도 ‘왼손잡이 성향’을 뜻하는 단어 ‘gaucherie’는 ‘서투름’ ‘실수’와 같이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왼손이나 왼쪽을 기피하는 것은 세계 공통 현상이었다. 여기에는 ‘바른(right)’ 손을 사용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관념이 작용했다.우리나라도 왼손 차별이 만만찮았다. 그래서 어린 자녀가 왼손을 사용하면 부모들은 강제적으로 오른손을 쓰게 했다. 국내 왼손잡이에게 본인이 왼손잡이라는 사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본 결과 15.4%가 “있다”고 대답했다. 스트레스 이유 중에는 ‘어른이나 선생님의 꾸중’이 33.3%나 됐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과학적으로 근거 없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오른손을 써야 한다는 ‘강요’도 사라지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 ‘만약 자녀가 왼손잡이일 경우, 오른손으로 바꾸도록 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38.2%였다. 그러나 그 비율은 50세 이상 59%, 40대 35.6%, 30대 30.7%, 20대 23.6%로 낮은 연령대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인구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왼손잡이가 아니면서 왼손잡이 못지않게 왼손을 잘 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혼합형 손잡이(mixed-handed)’거나 양손잡이(ambidextrous)인 사람들이다.혼합형 손잡이는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 사용하기 좋아하는 손이 바뀌는 경우다. 예를 들어 왼손으로 글씨를 쓰되 오른손으로 던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오른손잡이면서 삽질을 하거나 공을 찰 때 왼발 쓰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혼합형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훈련받은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손잡이도 혼합형 손잡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엄격하게 정의를 내린다면 양손잡이는 모든 작업에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손잡이 기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은 1000명당 한두 명꼴로 매우 드물다. 일부 과학자들은 어느 누구도 완벽한 양손잡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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