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아름다워] 영화·뮤지컬 넘나들며 매력 뿜어내는 조승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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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주 설 연휴 기간 중 영화 '말아톤'의 흥행성적이 꽤 좋았다. 이에 못 미친 다른 영화의 입장에서 보면 부럽고 샘 나는 일이다. 예전처럼 별도의 흥행시즌은 없다지만, 제작사에게 설 연휴 기간은 추석 때와 함께 가장 탐나는 승부처다.

이 기간 중 나도 '말아톤'을 봤으니 흥행에 일조한 셈이다. 순간순간 눈물샘이 터질 것 같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무척 애를 쓰며 감상했다. 물론 아내의 손수건은 흥건히 젖어있었다. 맘껏 눈물을 뿌려주고 싶은 한 인간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거기에 있었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 초원이와 배우 조승우가 자꾸 오버랩됐다. 초원이로 등장한 조승우의 연기가 뛰어나 역할과 인물의 경계가 흐트러진 탓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착각은 객관적인 '거리두기'를 방해했고, 그럴수록 나는 '말아톤'에 빠지고 말았다.

요즘 숱한 젊은 배우들 가운데 조승우의 행보는 내 큰 관심사항이다.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흥행시장을 주름잡는 그의 상품성에 놀랐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기력과 매력(카리스마)에 끌린 때문이다. 뮤지컬 '꾼'들은 다 알지만 조승우가 출연하는 '지킬앤하이드'는 인기 폭발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초연 때부터 자연발생적인 증후군인데 해가 바뀌어도 가시지 않았다. 연기와 가창력에서 이구동성으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가 출연하는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동나기 일쑤였다. 대중예술계에 이런 배우의 발견은 고무적이다. 어느 경계의 안과 밖에서 두루 통하는 배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

가끔 스타급 탤런트들이 연극에 출연해 '분위기 메이커'를 할 때가 있다. 탤런트의 입장에서 보면 연기력을 배양할 기회요, 연극계로 보면 새로운 관객 창출의 돌파구가 되곤 한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대개 단발성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아무튼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세계를 확장하고, 폭넓은 사랑을 받는 조승우에게 엔터테이너로서 새로운 모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영화와 뮤지컬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대형 배우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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