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23세 11개월 한국인 최연소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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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인 최연소 박사가 새로 탄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1999년 9월부터 8개월 간 KAIST를 다녔던 정진혁(사진)씨가 지난해 말 미국 뉴욕의 RPI(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1월생이니까 23년 11개월 만에 박사모를 쓴 것이다. 종전 최연소 박사 기록은 윤송이(29) SK텔레콤 상무의 24년 2개월.

서울과학고(2년)-KAIST(3년)-미 MIT(3년6개월)를 거친 윤 상무와 달리 정씨는 주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 대덕중 1학년 때인 95년 아버지 정명균(60.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연구 연가를 가게 되자 함께 미국에 갔다. 캘리포니아주의 명문 로스 앨러미토스 고교에 입학한 그는 내내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화학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내 그때 벌써 미국 화학회 정회원이 됐다. 그 무렵 RPI로부터 장학금을 줄테니 입학하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먼저 KAIST로 진학했다.

RPI에 입학한 것은 2000년 8월. 그 뒤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2학년 여름학기에 대학원 실험에 참여해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의 유일한 발병 인자로 알려진 SOD(superoxide dismutase) 단백질 응집현상에 관해 독자적인 연구 실적을 내 대학 측의 인정을 받았다. 그 뒤 대학 측의 특별 배려로 박사과정을 동시에 밟을 수 있었다.

대학 측은 전액 장학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연간 5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연구 성과를 대학과 공유한다는 계약서를 썼다.

그는 SOD 연구를 계속했고, 2년 5개월 만에 '루게릭 치료법에 관한 방법론과 이론'이란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관련 특허도 4건 출원했다. 대학 측은 특허가 날 때까지 그의 연구물이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할 만큼 신약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가 크다.

어머니 홍순해(56.본원 라이프테크 대표)씨는 "현지에선 투자가들이 자본을 대고 진혁이가 최고경영자(CEO)를 맡는 것을 생각하는 모양이나 진혁이가 그러면 결국 미국 것이 된다며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현재 RPI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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