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순천향대 연극동아리 ‘셰익스피어 원어연극제’ 1위 작품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공연 한 장면.

셰익스피어 연극에 난데없이 한복 입은 도령들이 등장하고, 핫팬츠·펑키머리 여성이 나타나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지난달 19일 한국셰익스피어학회·국립극장이 공동 주최한 셰익스피어 원어 연극제에서 순천향대 영어영문학과 영어연극 동아리 ‘EDP(English Drama Performance)’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작품상(1위)를 차지했다. 말괄량이 케이트역을 맡은 최수연(영어영문학과 4)씨는 최우수 여자 연기자상를 받았다. EDP가 1986년 창립된 이래 6번째 수상이다.

EDP대표인 최씨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케이트와 요조숙녀 비앙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보니 자연히 사회의 대립구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그걸 반영하기 위해 동양과 서양, 페미니즘과 가부장적 이념, 국악과 전자음악, 한복과 힙합 등 상반된 요소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여러 요소가 대립하는 현실에서 공존하기 위해선 존중과 하모니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연극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EDP 구성원들은 이 메시지를 연극에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폈다. 연극영화와 영어영문학과를 복수전공한 졸업생 김한백씨를 연출자로 초빙했고, 영어에 관심이 있는 연극영화과 학생들 도움도 받았다. 그러나 대부분 출연자와 스텝이 영어영문학과 학생들로 구성돼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기본적인 연기 수업받으랴 의상과 세트·소품 제작하랴. 눈코 뜰 새 없이 1년여를 보냈다.

영어 연극의 특성상, 완벽히 대사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현재는 쓰지 않는 고어가 많은 영어 대사를 학과 공부 중 짬짬이 외우고, 원어민 교수들에게 수없이 발음 교정을 받았다.

경비 마련도 벅찼다. 학교와 학과에서 많은 비용을 지원해줬지만, 그래도 부족한 경비를 만들기 위해 사비도 털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몽땅 털어 넣기도 했다. 이렇게 완성된 연극을 갖고 8월 셰익스피어 연극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날아갔다. ‘제64회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에서 이현우 지도교수의 도움으로 총 4회 공연을 했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한복·한국무용 등 동양적 요소가 들어 있는 연극이 큰 관심을 끌었다. 윤한라(영어영문학과 3)씨는 “연극 홍보를 위해 에든버러 메인스트릿에 한복을 입고 사물놀이패와 함께 나갔는데,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 독일 방송국과 인터뷰도 하고, 플래시 세례를 받느라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EDP는 지역 중·고교를 찾아 공연할 예정이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