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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오극렬 … 장성택과 다투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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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동당에서 약진한 대표적 인물은 최용해 당 비서다. 그는 황북도당 책임비서에서 일약 중앙당 비서와 당 중앙군사위에 올랐다. 27일에는 김정은과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함께 군 대장 칭호를 부여받아 김정일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음을 과시했다. 비리 혐의로 1998년 1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에서 해임되는 등 부침을 겪은 그가 김정은 시대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후견인 역할을 할 김경희·장성택 부부의 권력 판도도 흥미롭다. 김경희가 정치국 위원으로 직행한 반면 장성택은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그쳤다. 김정일의 숙부로 70년대 김정일의 후계자 시절 권력투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김영주가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물러난 점도 눈에 띈다. 또 89세로 거동이 어려운 이을설 원수를 비롯한 군 원로세력이 교체됐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 30명의 약력을 무더기로 밝힌 것도 주목된다.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당 전문부서 부장들의 담당 업무까지도 공개했다. 홍석형을 당 계획재정부장으로 호칭했다. 지난해 11월 말 단행한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공개 총살당한 것으로 전해진 박남기의 후임으로 밝혀진 셈이다. 군수공업 전문가인 주규창은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장과 핵·미사일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제2자연과학원장을 맡았던 경력이 새롭게 드러났다. 주규창은 이번 인사에서 당 기계공업부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군수공업부장 전병호는 해임돼 군수담당 비서 겸 당 부장 자리가 폐지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명록은 ‘총정치국장을 거쳤다’고 발표돼 이 자리에서 해임되고 국방위 제1부위원장직만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당 비서의 경우 당 부장을 겸임하던 과거와 달리 10명의 비서 중 6명만 부장을 맡았다. 당 비서 중 6명이 도당 책임비서에서 자리를 옮겨 지방 권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김일성대 교수였던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권력 집중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당 비서에게 부장을 주지 않게 하는 등 최대한 권력을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당대표자회를 통해 선출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2010년 9월 전원회의’라고 밝힌 점도 주목거리다. ‘당 중앙위 몇 기 몇 차 전원회의’식의 관례를 깼기 때문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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