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김경태 혼내려다 제 무덤 판 이시카와 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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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경태(24)는 지난 12일 제주에서 열린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한·일 남자프로골프 대항전에서 일본의 우상 이시카와 료(19)를 대파했다.

싱글 스트로크 매치 마지막 경기에서 무려 7타 차로 이겼다. 일반 스트로크 대회에서 7타 차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상대를 마주보고 경기하는 1-1 매치에선 커다란 차이다. 국내 골프계에서는 일본의 스타 이시카와에게 참패를 안긴 김경태가 일본 투어에서 시달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 도 했다.

그러나 신한동해오픈 참가차 2주 만에 귀국한 김경태의 얼굴은 밝았다. 김경태는 29일 일본에서 2주 동안 있었던 얘기를 했다. 첫 대회인 ANA오픈 1, 2라운드에서 그는 이시카와와 한 조에서 경기했다. 이시카와 측에서 김경태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하게 해달라고 대회 관계자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한·일전에서 KO패한 이시카와가 리턴 매치를 원한 것이다. 김경태는 “한·일전이 일본에 생중계되어 나와 이시카와의 경기에 갤러리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시카와는 1라운드에서 김경태에게 3타를 앞섰다. 경주마도 한 번 크게 패배를 안긴 말에게는 이기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이시카와는 7타 차 패배의 충격을 딛고 김경태를 선택해 이기는 투혼을 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경태는 2라운드에서 이시카와에게 4타를 이겼다. 1, 2라운드 합산하면 김경태가 1타 앞섰다. 김경태는 여세를 몰아 이 대회에서 공동 4위, 다음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반면 이시카와는 두 대회에서 각각 12위와 13위로 추락했다. 두 대회 선전으로 김경태는 이시카와를 끌어내리고 일본 투어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

김경태는 “일대일 매치에서 7타 차로 당했다면 충격이 클 것이다. 그 상대와 우승 경쟁을 한다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이시카와는 항상 핀을 직접 공격하라고 가르치는 아버지의 말대로 경기하는데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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