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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 이문제] 개구리 번식 사업 '물거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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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인제군 남면 정자리 주민 박상희씨가 개구리 번식장을 가리키고 있다. 작은 사진은 마을 곳곳에 세워진 포획 금지 표지판.

"올해말이면 제법 큰 돈벌이가 될 것으로 기대가 컸는 데…"

5년 넘게 북방산 개구리 번식사업을 해 온 강원도 인제군 남면 정자리 주민들은 개구리.뱀 등 야생 동물을 잡거나 먹으면 처벌받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되자 마을의 중요 소득원이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고랭지 채소와 산채 약초 재배가 주요 소득원이었던 주민들이 개구리 번식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 1970년대 말까지도 정자리 계곡의 큰 돌 하나를 들추면 많게는 100여 마리의 개구리를 잡을 수 있었으나, 주민과 외지인들이 마구잡이로 잡는 바람에 서너 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줄어든 게 계기가 됐다.

개구리를 길러 소득을 높이기로 한 주민들은 우선 산과 가까운 휴경지에 개구리가 내려와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웅덩이를 팠다. 웅덩이 주변에는 개구리 알을 먹는 너구리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망으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올챙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물도 쳤다. 이렇게 만든 개구리 자연 번식장은 각각 100~1000여평 규모로 6곳에 총 4000여평.

인제군도 지난 2002년 개구리 번식 사업비로 주민들에게 1000만원을 지원했다.

주민들은 자연 번식장 이외의 논 등에 낳은 개구리 알을 번식장으로 옮겨 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지인이 개구리를 잡지 못하도록 마을 곳곳에 '포획금지' 간판을 세우고 산불 감시를 겸해 하루에 2명씩 돌아가며 감시 활동을 벌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개구리 수가 크게 늘었다.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시험적으로 개구리를 잡았을 때 큰 돌 하나에서 30~40여 마리가 나왔다"고 주장한다. 5년전에 비해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주민들은 실제로 700여㎏의 개구리를 잡아 ㎏당 4만원에 판매했다.

개구리 번식사업을 시작한 장근성(50)씨는 "개체수가 어느 정도 늘면 개구리로만 상당한 소득을 올릴 수 있을 텐데 법이 만들어져 아쉽다"며 "번식장 일대를 도시민의 자연 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등 다른 소득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정은혜 사무관은 "현재로서는 자연 상태에서 개구리를 잡을 수는 없다"며 "양서류 등의 인공 사육장 시설 및 포획 기준이 만들어지면 번식장과 주변 산간 계곡 모두를 사육시설로 등록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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