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2 삼성생명 찾아라’ 장외주식에 큰손 몰린다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장 여부를 점치기 어려워 장외주식은 위험한 투자로 인식돼 온 게 사실. 하지만 삼성생명·현대홈쇼핑 등 대기업 계열사의 상장이 이어지자 장외주식은 ‘흙 속의 진주’를 찾는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가 장외주식 매매서비스에 나서며 일반 투자자가 사고팔기도 훨씬 쉬워졌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관심에 불을 붙인 것은 삼성생명 상장이다. 지난해 말 장외시장에서 50만원대에 거래되던 삼성생명 주식은 지난 5월 상장을 앞두고 150만원까지 치솟았다. 10대 1 액면분할 이후 상장 직전까지도 주가는 공모가를 웃도는 12만~13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삼성SDS와 LS전선 등이 ‘제2의 삼성생명’으로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주식에 투자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유진자산운용의 조철희 마케팅본부장은 “삼성SDS에 투자한 펀드의 경우 8개월 만에 40~50% 정도의 수익률을 올렸다”며 “투자를 원하는 자금은 많지만 물량 확보가 어려워 추가 설정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외주식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이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200여 개다. 대기업 계열사부터 보험·카드 등 금융회사 주식까지 다양하다. 장외주식은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저평가된 우량 종목을 잘 골라 상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면 대박도 가능하지만 투자한 회사가 부실할 경우 휴지 조각이 될 위험도 있다.


장외시장의 투자 전략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업공개(IPO) 이슈를 노리는 것이다. 상장이 임박한 종목에 투자해 단기간에 상장 프리미엄을 얻는 전략이다. 삼성SDS의 경우 내년에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을 타고 각광을 받았다. 올해 초 8만원에 못 미치던 기준가가 삼성생명 상장 이후 상승세를 타며 13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최근엔 11만원대까지 내려가며 조정을 받고 있다.

저평가된 대기업 계열사도 주요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LS전선과 LG CNS 등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배당을 많이 하는 우량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대표적인 전략이다. 한국증권금융과 현대카드 등의 배당 성향이 높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안옥림 장외주식팀장은 “투자 기간을 최소 2~3년으로 잡고 우량 회사를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음 달 중 개인과 법인 투자자를 위한 장외주식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유의해야=정보 부족은 장외주식 투자의 가장 큰 약점이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발표한 삼성광주전자는 장외주식 투자의 위험을 드러낸 경우다. 삼성광주전자 주가는 합병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부터 오르기 시작해 17일 3만7000원의 기준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발표된 합병비율에 따를 경우 삼성광주전자의 주가는 1만9000원에 불과했다. 이날 기준가로 거래했다면 합병 때 40~50%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전영석 리테일전략팀 대리는 “소문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기업의 가치를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외주식에 투자할 때는 상장된 동일 업종의 주가와 비교하는 것도 필수다. 장외주식인 현대카드에 투자하려면 상장된 삼성카드 등의 주가와 비교하는 식이다. IPO 소식이 있을 때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장외주식은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돈이 조금만 몰려도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정인식 프리스닥 대표는 “공모 이슈가 있을 경우 주식의 실제 가치와 관계없이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상투를 잡기 쉽다”고 말했다.

장외주식은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직접 주식과 돈을 주고받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권사가 매매대리인으로 나서면서 일반 투자자도 전에 비해 장외주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4월 말부터 장외주식 전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운영하며 우량 종목 44개를 선별해 거래하고 있다. 전영석 대리는 “장외주식거래를 시작한 뒤 일평균 신규 가입 건수가 20~30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 주식과 달리 장외주식은 양도차익(판 가격에서 산 가격을 뺀 것)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중소기업은 양도차익의 10%를, 대기업은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장외주식이 상장된 뒤 팔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증권거래세 0.5%는 별도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