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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의사의 '아주 특별한 밸런타인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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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을 찾은 백재연씨를 이 병원 김상태 이사장이 반갑게 맞고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 장안동의 한 중소기업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백재연(40.여.서울 군자동)씨 가족은 14일 아주 특별한 밸런타인데이를 맞게 된다. 오랫동안 허리 통증으로 고생해 왔지만 가정 형편상 병원을 찾을 엄두를 못 냈던 백씨가 이날 병원에서 정밀검사와 무료 수술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이혼한 뒤 두 딸(중3, 초6)과 살고 있는 백씨는 최근 들어 증세가 더욱 악화돼 오래 서서 일하면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은 물론 무릎과 다리까지 저릴 정도다.

병원에서는 "척추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며 "계속 무리하면 허리를 못 쓸 수도 있다"며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받는 매달 50만원으론 세 식구가 살기에 빠듯한 그에게 600만원이 넘는 수술비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액수였다. 그래서 물리치료와 약물로 통증을 참아가며 지내온 그에게 얼마 전 집으로 찾아온 사회복지사가 신청서 한 장을 내밀었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는 무료로 수술받을 수 있대요. 사정이 너무 딱하니 일단 한번 신청해 보세요."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12일 서울 광진구청 사회복지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혜민병원. "따뜻한 나눔의 정을 느끼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중 매달 한 명씩 선정해 2월부터 무료 수술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구청 사회복지과 박지영씨는 "현재 기초생활보장대상자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와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터라 병원 측의 제안이 반가웠다"고 말했다. 구청은 즉시 관내 동사무소를 통해 해당자를 골랐다. 사회복지사들은 백씨처럼 정기 면담을 해오던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중 병원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뽑았고 구청은 이 중 5명을 혜민병원에 보냈다. 병원 측은 병원의 도움이 시급한 백씨를 이달의 수술 대상자로 선정했다.

설 연휴를 마친 11일 오후 혜민병원. 혜민병원 김상태(66)이사장이 병원을 찾은 백씨를 반겼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많이 아프셨죠. 수술이 잘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백씨를 위로했다. 김 이사장은 "평소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았다"며 "무료 수술을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수술을 받게 됐다고 하니 딸들이 더 기뻐했다"며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너희가 갚아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인턴기자=홍수지(단국대 언론홍보3).

이보미(한국외대 불어4)<metro@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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