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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생생물 DNA 지키는 ‘코리아 방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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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14일 인천시 서구 경서동의 종합환경연구단지 내에 위치한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수장동.

국립생물자원관의 곤충표본 수장고에서 연구원들이 나비 등 곤충표본의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초저온 수장고 안의 액체질소탱크에서 연구원이 급냉동된 유전자 샘플을 꺼내고 있는 모습. [조용철 기자]

4층짜리 건물의 1층에 들어서자 ‘유전자원 초저온 수장고’라고 적힌 방이 눈에 들어왔다. 59㎡ 넓이의 방 안에는 높이가 170㎝가량인 액체질소 탱크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동식물의 조직과 유전자(DNA) 등을 떼어내 보관하는 시설이다. 현재 불가사리, 미더덕 등 무척추 동물과 황칠나무, 노랑머리붓꽃 같은 희귀식물 등 동식물 3800여 종의 조직과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다.

액체질소 탱크 속 온도는 영하 196도로 모든 것을 단번에 얼려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원이 유전자원 샘플을 꺼내기 위해 탱크 문을 연 1~2분 사이에 하얀 질소가스가 안개처럼 방 바닥에 짙게 깔렸다. 샘플을 다루는 연구원은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곳에는 식물의 어린 잎을 진공 포장해 저장하는 영하 80도의 초저온 냉동고도 설치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임영운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장은 “DNA를 추출해두면 각 생물종이 경제적으로 유용한 특정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조직은 나중에 배양해서 해당 동식물을 복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자원센터에서는 기업과 연구소 등에 DNA와 생체조직 샘플 등을 분양할 계획이다.

3층에는 종자자원 수장고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선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플라스틱병과 비닐팩 안에 국내의 산과 들에서 채집한 야생식물 1000여 종의 씨앗이 담겨 있었다.

임 센터장은 “영상 15~16도의 임시 저장고에서 2~4주에 걸쳐 수분을 제거한 뒤 영하 20도인 보관소에 저장한다”며 “이런 상태로 씨앗을 100년 이상 보관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땅에 심어 싹을 틔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국립생물자원관이 곧 개관 3주년을 맞는다. 6만7000여㎡ 부지에 전시교육동과 연구수장동을 갖춘 국립생물자원관은 2007년 10월 10일 문을 열었다.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전시교육동은 호랑이, 여우, 한국 뜸부기 등 동물박제와 다양한 식물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다소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벌써 85만 명이 다녀갔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연구수장동은 출입통제가 엄격하다. 그만큼 중요한 자원들을 많이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관 관계자는 “생물종이 멸종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이곳의 자원들만 활용하면 많은 생물종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 내 19개 대형 수장고(전체 연면적 6526㎡)에는 1100만 점의 표본을 저장할 수 있다. 동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유전자원과 식물종자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모아들인 동식물 표본 약 180만 점도 보관돼 있다. 특히 곤충표본 수장고는 방문과 벽 두께가 20㎝에 달해 대형 은행금고를 연상케 할 정도다. 자원관의 한정은 연구사는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해 수장고를 크고 튼튼하게 지었다”며 “곤충표본 수장고의 경우 온도는 18~20도, 습도는 50% 이하를 항상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종천 생물자원관장은 “생물자원관은 세계적인 생물자원 전쟁시대를 앞두고 생물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설”이라며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만큼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2년 말까지 경북 상주에 담수생태계 생물종을 위주로 한 생물자원관 영남권 분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호남권에도 연안생물 중심의 분관 설치를 추진 중이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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