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 안보팀 아프간 전략 놓고 극렬한 내부 노선투쟁 벌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보좌하는 미국 국가안보팀 내부에서 아프가니스탄전 전략을 놓고 격렬한 노선투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밥 우드워드(사진) 워싱턴 포스트(WP) 부편집인의 새로운 저서 『오바마의 전쟁들(Obama’s Wars)』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워터게이트 사건 폭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우드워드는 오바마 대통령 등 정부 고위인사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그의 16번째 저서다. 22일(현지시간) 우드워드의 책 내용을 전한 WP에 따르면 당초 군 지휘부는 아프간 추가 파병 규모를 4만 명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은 제2의 베트남전화를 우려해 2만 명 증파를 주장했다. 오바마는 개인적으로 바이든 부통령에게 국방부 지휘부와의 회의에서 대규모 병력 증강에 반대하는 주장을 더욱 강하게 내세워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오바마가 중간선인 3만 명 파병안을 내고 단계적 철수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철수 방안 없는 군사전략을 택할 경우 향후 10년간 8890억 달러(약 1000조원)의 전비가 들 것이란 백악관 예산관리국의 보고서를 받고 절충선을 택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는 병력 증강만 주장하는 군 지휘부에 좌절감을 느꼈고 내부 노선 투쟁은 정책 충돌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 발전했다. 오바마가 최종안을 채택한 뒤에도 펜타곤은 계속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 때문에 오바마가 격노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오바마는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당시 중부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불화가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특히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의 정치 참모들을 “바퀴벌레”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혹은 “마피아”로, 퍼트레이스 사령관은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해 “완벽한 여론조종 전문가(스핀닥터)”로 불렀다는 것이다.

한편 우드워드는 책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3000명의 아프간인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창설해 알카에다 및 탈레반 소탕작전에 활용해 왔다고 전했다. ‘대테러추적팀(CTPT)’으로 알려진 이 부대는 파키스탄 내로 은밀하게 침투해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훈련이 잘된 엘리트 부대로 묘사돼 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