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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교육감 앞에서 ‘충성 맹세’ 하는 교장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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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북의 한 학교 교장이 추석을 앞두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선물을 보냈다가 혼쭐이 났다. 더 가관인 것은 질책을 받은 교장이 김 교육감에게 사죄 전화를 하면서 “충성을 다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가장 깨끗하고 자율적이어야 할 교육현장에서 선물을 넘어 ‘충성 맹세’라는 낯뜨거운 행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런 교장에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맡겨 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장은 일선 학교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학교 개혁과 교육의 질 향상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바로 교장이다. 교장의 학교 경영 의지와 교육에 대한 비전이 학교를 바꾸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감 눈에 들려고 혈안(血眼)이 돼 선물과 충성 맹세 같은 얄팍한 술수나 쓰는 교장에게 이런 본연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교사와 학생은 안중에 없고 줄대기에만 신경 쓰는 교장이 교육을 온전히 챙겼을 리 만무(萬無)하다.

이번 일을 얼빠진 한 교장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고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교육비리의 뿌리를 잘라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교장이 교육감에게 선물을 주고 충성 맹세를 하는 게 순수한 뜻일 리 없다. 승진이나 요직 발령을 청탁하는 등 비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부하 간부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승진을 시켜줬다가 처벌받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사례가 있지 않은가. 전남도교육청 간부들이 교육감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넨 사실이 당선자의 공개로 드러난 것도 불과 석 달 전 일이다.

이번 일은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육감은 이번 일을 공개하면서 “개탄스럽다”고는 했으나 해당 교장의 신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해당 교장의 신상을 밝히는 게 옳다. 그래야 이번 공개가 교육비리 척결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라는 설명에도 부합하다고 본다. 교육자로서의 양식(良識)과 윤리를 저버린 교사는 교단을 떠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