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난립하는 복권 교통정리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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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 기관들이 발행하는 13가지의 인쇄(종이)복권들이 10장 중 7장 이상은 팔리지 않아 폐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행하자마자 곧바로 폐기장으로 직행하는 복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복권을 왜 계속 발행하는지 모를 일이다. 인쇄복권의 경우 당첨금을 제외한 발행.유통비용은 판매의 40%에 달하는 반면 발행기관에 돌아오는 수익금은 15.4%에 불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수익률이 이렇게 낮으니 기금이 제대로 조성될 리 없다. 이러고도 사업이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훈복지공단 등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복권에 뛰어들면서 국내에는 인쇄복권 외에 로또.인터넷복권 등 62가지가 팔리고 있다. 1조원도 안 되던 복권 시장은 2002년 로또를 계기로 급성장, 지난해 3조6000억원(판매액 기준)을 웃돌지만 로또를 제외한 대부분은 죽을 쑤고 있다. 특히 인쇄복권은 평균 폐기율이 2002년 42%에서 지난해 72%로 뛸 정도로 빠르게 외면당하고 있다. 로또처럼 '대박'이 없는 데다 인터넷복권 등 경쟁이 심화된 결과다.

공공기관이 사행심을 조장하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복권은 정부 예산으로 못하는 공익사업을 위한 재원 조달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도 다양한 형태의 복권이 있다. 복권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과당경쟁과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은 없어야 한다. 복권 난립은 국민 정서에도 좋지 않다. 지금처럼 팔리지도 않고 수익성도 없는 복권을 계속 발행하는 것은 효율성이나 경제성 측면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보다 복권 시장이 훨씬 큰 외국도 복권 종류는 10개 안팎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력이 없는 복권은 다른 것과 통폐합하는 등 교통정리가 있어야 한다. 폐지에 따른 발행기관의 손실은 통폐합된 복권의 수익금을 배분하는 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복잡한 인쇄복권의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판매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복권의 수익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 등 복권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