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성비용 6억에서 9억원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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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헐고 짓는 32~34평형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값은 얼마나 될까. 올 들어 재건축 아파트값이 치솟아 강남권 아파트에 입성하는 비용이 늘어났다. 조합원 배정물량의 경우 추가부담금(조합원이 추가로 내는 중도금)까지 합치면 9억원이 들어가는 단지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www.joinsland.com 참조>

지역별 가격 역전현상도 눈에 띈다. 잠실지구의 경우 추가부담금을 더한 30평대 조합원 분양권 값이 7억6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이는 입주를 1년 정도 앞둔 강남 청담.도곡지구의 역삼동 분양권 값과 비슷하거나 되레 높다. 저스트알 김우희 상무는 "추가부담금 등을 셈하지 않고 재건축대상 아파트를 사는 '묻지마 투자자'가 의외로 많다. 입주 시기.금융비용을 감안해 저평가된 곳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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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대 입성 비용=관리처분(평형 배정.조합원 부담금 등을 결정하는 절차)이 끝난 아파트를 살 때는 추가부담금을 꼭 알아봐야 한다. 조합이나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관리처분 이전 단계인 아파트는 대지지분(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땅의 지분).용적률(바닥면적 대비 총 건축면적) 등을 보면 부담금을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잠실지구의 30평대 조합원 분양권 값은 6억5000만~7억6000만원이다. 33평형 15층 이상을 배정받은 잠실주공2단지 13평짜리 조합원분을 구입한다고 치자. 매입비 6억5000만원에다 추가부담금 1억1000만원을 내야 하므로 지금 시점의 33평형 투자비는 7억6000만원이다. 조합원분은 초기 구입비가 커 2008년 입주 때까지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투자비는 더 늘어난다. 반포주공2.3단지는 기존 16~18평형을 구입해 33평형 새 아파트에 입주할 경우 4400만~5000만원을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현재 매매가인 7억2000만~8억원에서 환급 예상금액을 빼면 투자비가 나온다.

중층(10~15층)아파트가 모여 있는 고밀도지구의 경우 추가부담금을 더한 30평대 입성 비용이 더 들어간다. 잠원동 한신 신반포5차의 33평형 호가가 6억4000만원 이상인데, 같은 평형의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2억원의 부담금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개포지구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사업 초기 단계여서 추가부담금을 잡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저밀도지구보다 70% 이상 낮은 200% 이하의 용적률로 신축하므로 개포주공 13평형을 사서 33평형 새 아파트를 배정받을 경우 2억~3억원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대지지분이 큰 편이고, 주변 아파트 값이 비싸 예상 부담금을 1억5000만~2억원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유의할 것은=사업추진이 느린 재건축 단지는 추가부담금 이외에 '규제 리스크'를 짚어야 한다. 5층 이하지만 저밀도지구에 속하지 않은 개포.고덕.둔촌지구와 가락시영 등은 입지 여건은 좋지만 개발이익환수제.중소형 건립 의무비율.일반분양분 후분양제를 모두 적용받는다. 새로 짓는 아파트 중 25%는 임대주택을 넣어야 하고, 전체의 60%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지어야 한다.

이런 아파트는 일반분양 가격이 투자가치를 가늠하는 잣대다. 청약통장 가입자들에게 분양가를 많이 받으면 조합원들은 부담금을 덜 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 값을 마음대로 올리기는 힘들 전망이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잠실지구의 경우 입주가 3년 이상 남은 분양권이 강남.서초구에서 1년 안에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보다 값이 비싼 경우도 있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밀도지구도 걸림돌이 많다. 늘어나는 용적률이 적어 조합원 부담금이 많이 나오는 데다, 초고층 재건축도 실현 가능성이 작다. 부동산개발업체 로쿠스 서효진 사장은 "초고층 재건축 기대감으로 호가가 뛴 압구정동.잠원동 등의 중층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성만 본다면 눈높이를 낮춰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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