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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위해 열심히 일한 당신, 사랑 찾기 미팅 나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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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1일 오후 5시 서울 시내 한 호텔의 지하 바(bar). 남녀 140여 명이 5개 그룹으로 나눠 앉아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늘 왠지 특별한 인연을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분. 박수 한 번 쳐 주세요.”

무대 위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이곳에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LG디스플레이·삼성증권·KT 등 5개 기업의 미혼 남녀가 참여하는 단체 미팅파티가 열렸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추석을 앞두고 기획한 이벤트다. 이 회사는 “그동안 결혼정보회사 회원과 특정 기업의 미혼 직원을 연결해 주는 파티는 있었지만, 이처럼 여러 기업이 참가하는 대규모 미팅 파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10여 일 앞둔 1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 지하 바(bar)에서 단체 미팅 파티가 열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5개 기업의 미혼 남녀 140명이 참여했다. [송지혜 기자]

참가자들은 서울, 경기도 파주·구리, 전라도 여수 등 다양한 지역에서 왔다. 비행기·KTX를 타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추석을 앞둔 미혼남녀의 ‘내 짝 찾기’는 절실했다. 명절 연휴 때 집안 어른들의 ‘언제 결혼하니’라는 질문은 미혼 남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로 꼽힌다.

호남석유화학 프로젝트팀의 엄모(30)씨는 “애인을 데려오라는 연로하신 부모님 등쌀에 이번 추석에 고향에도 못 내려갈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 취업해 근무해 오다 올 2월 현장 시공을 위해 전라도 여수로 내려갔다. 매일 저녁 9~11시에 퇴근해 기숙사로 직행하다 보면 이성을 만날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미팅 파티가 진행된 이날(토요일)도 그의 팀 남성 동료 4명은 근무 중이었다. 엄씨는 “회사 프로젝트가 끝나 가니 이제 개인 프로젝트인 사랑을 찾으라는 팀장님 말씀에 힘을 얻어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바쁜 업무, 야근, 타지 생활 등을 연애의 최대 적으로 꼽았다.

처음에 어색했던 참가자들은 스킨십 게임을 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최대한 많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5~6분 간격으로 남성이 자리를 한 칸씩 옆으로 옮기며 여성 참가자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스피드 미팅’도 진행됐다. 시간이 지나자 긴장했던 참가자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웃음소리도 터져 나왔다.

탄탄한 직장, 빠지지 않는 외모.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일등 신랑·신붓감으로 보였다. 그러나 많은 참가자가 “시간이 없어 이성을 만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이 ‘미혼 직원 짝 찾아주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날 대부분의 참가자는 전액 무료, 혹은 반액만 내고 미팅에 참가했다. 기업들이 복리후생비용으로 직원들의 미팅 파티 참가 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기업 연계 미팅 파티를 다수 주최해 온 닥스클럽 김은솔 홍보 담당자는 “미혼 직원이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를 시행하는 기업이 점차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사원만족팀의 박민지씨는 “그동안 회사 복지 서비스는 기혼 사원들에 집중된 면이 있어 이런 서비스에 대한 미혼 사원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좋은 짝을 만나 안정된 가정을 꾸리면 결국은 회사에도 이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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