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손자·손녀까지 보육비 대줄 필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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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국민경제대책회의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연 것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 중 대표적인 서민정책 예산 세 가지를 ‘서민희망 3대 핵심과제’라는 이름으로 보고했다. 보고 형식을 빌린 선(先) 공개다. 이 대통령도 보고를 받으며 친서민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3대 과제 중 무상보육 확대와 관련, “고소득자를 뺀 전원의 보육비를 국가가 대주는 정책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고소득자는 제외하고…” “재벌 총수의 손자·손녀까지 대줄 필요는 없지 않나” 등의 전제를 중간중간 달면서 어디까지나 서민을 위한 예산안을 짜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문계고 지원과 관련, “(전문계고) 학생이 50만~60만 명 되느냐”고 물었다. 그런 다음 “(이들) 학생에게 전액 등록금을 정부가 부담하고, 그 학교를 나오면 일자리를 다 얻을 수 있도록 그렇게 정책을 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생 구직 문제와 관련해선 “마이스터고 수준으로 정부가 지원해 (학생 수준을) 높이고, 학교와 기업이 결연하게 해 (학생이) 졸업하면 전부 취직하게 하자”며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실업계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가정형편이 좀 어렵지 않으냐”며 “나도 실업계 고교(동지상업고) 출신이니까 실정을 좀 아는 편”이라고 동질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에게 “ 내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당정 협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3대 핵심 과제 중 다문화 가정의 보육비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다문화 가정 아이는 소득과 상관없이 100% 정부가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서는) 어머니가 한국말을 못 하고, 아버지는 바쁘고 하니까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해 보육비와 한국말 배우는 과정을 책임지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우리는 가난을 덜어주는 정책과 더불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그런 긍정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복지정책을 능동적·생산적으로 펴나간다는 취지에서 내년 예산을 반영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회의에는 정책 수혜자를 대표해 정경이(과천시립어린이집 보육교사), 조용(성수공고 교장), 돈나벨 카시퐁(필리핀계 결혼이민자)씨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마친 뒤 기획재정부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이곳 기자실을 찾은 건 처음이다.

 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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