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세 바둑 소녀 헤이자자 돌풍 속 박지은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박지은 9단

초등학생처럼 조그만 손을 지닌 박지은 9단은 세계 여자바둑에선 ‘가장 사나운 손’으로 통한다. 박지은 9단이 11~14일 중국 쑤저우(蘇州) 궁륭산 망호루에서 열린 제1회 궁륭산 병성배 세계여자바둑 결승전에서 호주의 헤이자자 초단을 꺾고 또다시 세계 정상에 올랐다(183수, 흑 불계승). 2007년 1회 대리배, 2008년 1회 원양부동산배 등 중국이 새로 시작하는 국제기전마다 우승을 독차지해 왔던 박지은이 이번에도 진면목을 발휘하며 4번째 세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준우승한 헤이자자는 호주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대만으로 이주한(아버지는 호주 국적,어머니는 대만 국적) 16세 소녀 강자. 헤이자자(黑嘉嘉)는 대만 이름이고 호주 이름은 조앤 미싱햄(Joanne Missingham)이다. 동양인 일색의 바둑대회에 서양 여성이 결승까지 치고 올라오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비록 결승에선 박지은의 막강한 파워에 대마가 잡히며 돌을 거뒀으나 미래의 챔피언이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시안게임엔 대만 대표로 출전한다.

헤이자자 초단

1983년생으로 프로 입문 13년째인 박지은 9단은 조혜연 8단과 함께 ‘한국 여자바둑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여자 명인전, 여자 국수전 등에서 우승하며 루이나이웨이 9단의 아성에 강력히 도전해왔다. 그러나 국내보다는 국제무대에 더 강해 여자기사 중 최고의 성적을 보였고 올 초 여자국가대항전인 정관장배에서도 막판 4연승으로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선 세계마인드스포츠 개인전 우승자 송용혜 5단과 중국 아시안게임 대표 탕이 2단을 연파하는 등 중국 바둑에 특별히 강한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박지은은 아시안게임 대표 국내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연투가 필요한 선발전에서 최대 약점인 ‘체력 부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탈락이 이미 확정된 것임에도 팬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