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한가위 황금연휴 … 공항 면세점들도 할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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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추석 연휴를 맞아 캐나다 여행을 가는 윤모(36)씨는 15일 한 시내 면세점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특정 카드로 300달러(약 34만8000원)를 쓰면 상품권처럼 쓸 수 있는 선불 카드 9만원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다. 이 외에도 물품을 구매할 때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 쿠폰이 따라 나왔다.

징검다리 휴일을 붙이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여행 대목을 맞아 면세점 업계가 대대적인 할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인천공항 면세점 시장에서 1위 다툼 중인 롯데면세점(롯데)과 신라면세점(삼성)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천공항공사가 추석 연휴 9일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여행객은 모두 89만7000여 명.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41%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난 데다 지난해에 비해 원화 가치가 오른 것이 여행 경기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33억원에서 올해 1~8월 38억원으로 증가했다. 신라면세점 장우종 마케팅팀장은 “업계는 이번 연휴를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호기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신종 플루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가 할인 경쟁에 뛰어든 것도 이 대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경쟁에 불을 지핀 건 롯데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300달러어치를 사면 9만원, 1000달러는 25만원, 2000달러는 45만원권 선불카드를 준다’고 내걸었다. 300달러를 기준으로 구입액의 26%에 가까운 액수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구매액의 10%대를 선불카드로 지급하는 행사는 종종 있었지만, 26% 행사는 처음 본다”며 “상당한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선 신라가 경쟁에 가세했다. 롯데와 같은 금액대의 선불카드를 내걸고 추가 할인 행사를 얹었다. 특정 카드를 쓰면 선불카드 외에도 1만~3만원대 추가 할인을 해주는 식이다. 두 면세점 모두 물품을 살 때마다 ‘20달러 구매하면 반값 쿠폰’ ‘10달러에 5000원 할인 쿠폰’ 등을 증정하고 있다. 인터넷 면세점에서도 ‘모든 상품 15% 할인’ ‘추가 포인트 2% 적립’ 등의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두 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1위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가 올 6월 AK면세점을 인수한 이후 두 면세점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AK면세점의 인천공항 매장이 롯데로 바뀌며 인천공항 1위 사업자가 신라에서 롯데로 바뀐 것. 신라는 법원에 “롯데가 AK를 인수한 것은 부당하다”며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7월 기각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할인 경쟁도 그간 다툼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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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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